[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최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59가구를 대상으로 신탁 전세·분양사기가 발생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이 6개월이 지났지만, 진화하는 수법에 법의 사각지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전세사기는 세입자가 피해자로 되려면 집주인의 사기를 증명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자금을 편취할 목적이 있거나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했을 경우에 사기가 성립합니다.
가해자 고의성 증명해야 피해자 인정
전세사기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에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해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해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회 초년생 피해자가 많은 전세사기는 사기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또 용인 사건처럼 신탁사가 전세·분양 계약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도 못 받습니다. 집주인은 피해자가 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닌 신탁사이기 때문에 애초에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처럼 전세사기는 사례가 다양해 현행법만으로는 구제가 어렵습니다. 피해자로 인정돼도 실질적인 구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국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과 구제 조건을 확대한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신탁주택도 이러한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경매·공매를 못하도록 막 신탁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대출 등 구제를 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피해 유형 다양해 특별법 한계
그러나 이는 모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해 서울과 인천 등에서 시작된 전세사기가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법과 피해 범위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계속해서 법을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누더기법'이라는 지적이 꾸준합니다.
당초 이 제도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대출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입니다. 피해자는 추가적으로 빚을 내 거처 마련이나 변제금 일부 상환 등 당장 급한 불만 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 110명에게 123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광주 빌라왕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 335명으로부터 795억원을 편취한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에는 징역 10년이 선고됐습니다. 피해자 533명으로부터 430억원을 갈취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처음으로 범죄조직죄가 적용돼 35명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피해액이 1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원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이같은 현행법이 아직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기죄로 법정 최고형인 15년을 구형하려면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요. 개별 피해 금액이 5억원을 넘어야 가중처벌 요건이 가능합니다. 당초 특별법이 시행될 무렵 가중처벌에 관한 법안도 발의됐으나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됐습니다. 법무부는 전체 피해 금액 합산액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 개정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 및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