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만나다)'지속가능한 신발' 꿈꾸는 엘에이알, 수출 초읽기
폐페트병·리사이클 가죽으로 친환경 제품 생산
입력 : 2023-11-22 오후 4:13:0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친환경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과 가격 외에 '친환경'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가 가치소비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시류를 타고 친환경 패션제품을 제조하는 엘에이알(LAR) 또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제품을 착용하면서 단기간에 주목도를 높였는데요. 여기에 더해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소상공인 피칭대회'에서 엘에이알은 라이프스타일 유형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계효석 엘에이알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읊조렸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계효석 엘에이알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계 대표가 이렇게 겸손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지난 2017년 창업할 당시부터 친환경에 몰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느꼈다는 계 대표에게 전환점을 제공한 것은 뜻밖에도 해외 선교 활동이었습니다. 당시 선교활동 중 전쟁 고아들을 만나며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계 대표는 "처음에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메인이었다. 친환경 소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소재를 사용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을 뿐이었다"며 "ESG 시대가 오고 환경 관련 상을 수상하면서 2020년이 돼서야 환경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친환경', '사회적 기업', '친환경 소재'같은 단어들을 국내 포털에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미미할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신발을 완성하느라 계 대표는 3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습니다.
 
엘에이알의 제품 모두는 20% 이상의 리사이클 원료를 활용한 제품에 부여하는 미국의 글로벌 재생표준인증인 GRS 인증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제품 원료로는 재활용 페트병, 그리고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소가죽에서 선별한 리사이클 가죽이 활용됩니다. 재료는 물론, 디자인 또한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200g도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 또한 엘에이알 제품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이같은 특징들을 바탕으로 한 엘에이알 대표 제품인 '어스(EARTH)'는 패션플랫폼 무신사에서 리뷰 500개 이상, 평점 4.8점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창업 후 6년간 엘에이알은 4만 켤레의 친환경 신발을 판매했고, 누적 판매액 3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엘에이알이 크게 유명해진 것은 2021년부터입니다.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도리스 슈미다우어 오스트리아 영부인에게 엘에이알 신발을 선물하면서 첫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엘에이알 신발을 직접 착용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올렸는데요. '신동빈 스니커즈'로 불리며 한때 품귀현상까지 겪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환경 관련 도서를 출판하는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공식 앰배서더가 되면서 엘에이알의 친환경 이미지는 공고해졌습니다.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브랜드, 지방자치단체들은 엘에이알에 잇단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엘에이알은 롯데케미칼, 무인양품, 세븐일레븐, 포켓몬, 에스티로더 등 유명 브랜드, 그리고 부산시, 서울 성동구청과도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엘에이알은 신소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중기부에서 지원받은 정책자금 역시 신소재 개발에 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폐 어망을 활용한 신발 시제품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단순한 디자인에서 한걸음 나아가 엘에이알만의 표식도 만들어낸다는 목표입니다. 계 대표는 "아디다스의 삼선이나 나이키의 스우시처럼 엘에이알 신발을 봤을 때 '저 사람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깨어있는 사람이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디자인 하우스와 같이 리브랜딩해서 심미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완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진 까닭에 엘에이알은 여전히 적자 상태이지만, 계 대표는 창업 취지대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누적 약 1억원 정도의 기부가 이뤄졌습니다. 엘에이알 직원으로 2명의 자립준비청년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한국자립준비청년후원회 이사가 된 계 대표는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계 대표의 내년 목표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과 정식 해외 수출입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엘에이알은 미국에 샘플제품 100켤레를 판매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계 대표는 정식 수출의 물꼬를 트고 해외로 나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