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가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주력 기종인 B787-9 도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에어버스의 A350 도입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년 B787-9 6~9호기(4대) 도입 계획을 세운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절반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나머지 2대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A350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달 기준으로 에어프레미아는 B787-9 5대를 운용 중이며 해당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경쟁사인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인기 기종입니다.
2017년 7월 출범해 2021년 8월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취항에 나선 에어프레미아는, B787-9 단일 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A350을 도입하면 기재 운용비용 감축이 어렵습니다.
또 항공사는 기재 도입 계획에 따라 회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노선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기존 기재 도입 계획이 수정되면 노선 수정 역시 불가피해 자칫 잘못하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 B787-9. (사진=에어프레미아)
실제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12월 29일까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운항하고 해당 노선에 투입한 항공기를 하와이 호놀룰루 부정기편에 띄웁니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이 11월부터 비수기인 점 등을 감안해 사전에 계획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재가 부족한 탓에 탑승률이 더 높은 하와이로 노선 변경을 택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운항률이 코로나 이전으로 가파르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기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항공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프레미아가 내년 B787-9 2대만 도입을 완료하고 나머지 2대를 A350으로 채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른 종류의 항공기를 들여오는 것은 단순히 ‘소나타’ 10대에서 ‘그랜저’ 1대를 더 추가해 운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A350 1대 운항 시 해당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 A350 정비 면허를 가진 정비사 등 인력풀을 완전히 별도로 새롭게 짜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회사 경영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재 도입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 중에 하나로 A350이 거론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에어프레미아가 A350을 고려하는 것은 B787-9 운항거리와 비슷하면서 최신 기종이고 수급이 원활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내에서 A350을 주력기로 하는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020560)입니다. 아시아나의 A350-900 운항거리는 1만2156km로 인천에서 출발하면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전 지역을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의 B787-9 최대 운항거리는 1만5500km입니다.
B787 인도가 어려운 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합니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부품 조달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러시아로부터 티타늄 등을 공급받는 보잉이 항공기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B787 동체는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가 우수한 티타늄과 탄소 등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돼 내구성이 높고 연료 효율이 높아 보잉 상업용 항공기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B787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면서 “B787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도 기재 도입이 쉽지 않아 운항거리가 비슷하면서 수급이 보다 원활한 A350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에어버스의 A350. (사진=에어버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