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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의 봄’ 정우성 “전두광 첫 인상, ‘소름’”
“‘헌트’ 후 출연 제안···거절했는데 감독님이 ‘그럼 엎지 뭐’ 협박”
입력 : 2023-11-28 오전 6:30:1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우성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팬들에겐 돌 맞을발언이지만 그래도 하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우성이 그렇게 뛰어난 배우는 아니라고 확신을 해왔습니다. 너무도 잘생긴 외모가 그의 배우적 미성숙함을 덮어주고 있다고 단언해 왔습니다. 일단 그는 데뷔 초기부터 중기 그리고 최근작까지. 필모그래피 대부분에서 연기력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전달력이란 차원에서 연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스킬이 아닌 외모가 부각되는 아우라 그리고 그 아우라를 차용해 만들어 낸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 지점을 대신해 온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판단, 깊이 사과 드립니다. 잘못이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본 뒤 이런 지금까지의 판단이 분명한 선입견이었단 걸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게 보였습니다. 보지 못했던 게 아니라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우성은 외모를 앞세운 이미지 중심의 배우라기 보단 이미지를 통해 연기의 깊이를 조절하는 배우였습니다. ‘서울의 봄에서 이런 스킬은 가장 뚜렷하게 극대화돼 등장합니다.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은 신군부 반란군을 홀로 막아서는 수도경비사령부 이태신 사령관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12.12 사태를 그린 영화입니다. 그리고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 사령관. 실제 우리네 현대사 속에 존재한 고 장태완 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올곧고 신념을 지키기 위한 군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의 상징과도 인물. 어쩌면 정우성의 연기가 그의 외모에 가려 지금까지 그를 오해하게 만들었던 것과 너무도 흡사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정우성을 평가절하했던 당신이라면 서울의 봄을 통해 그의 진짜를 보게 될 것입니다.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연출을 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관계, 영화계에선 너무도 깊고 오래된 관계임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정우성의 대표작이자 지금의 정우성을 있게 한 비트그리고 정우성의 평생 지기인 이정재와의 만남을 이끌어 준 또 다른 걸작 태양은 없다’. 이들 두 편의 영화가 바로 김성수 감독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은 성수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습니다. 그런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은 정우성이 아니면 안된다. 거절하면 영화를 엎을 생각이었다고까지 했습니다.
 
“(웃음)그 말에 저도 한 사람 살리는 심정으로 참여했죠. 저를 이태신으로 염두했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전한 게 한 영상 때문이에요. 제가 UN 친선대사 활동 하면서 뉴스에서 인터뷰한 모습이었는데, ‘이게 이태신이야그러시는 거에요.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더 깊고 구체적인 건 제가 스스로 찾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할 때는 조심스럽고 신중하잖아요. 인터뷰 영상 속 제가 그랬는데, 그 모습을 이태신에게 투여하고 싶으셨던 거 같았죠.”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제안을 거절했었습니다. 제안 받은 당시가 이정재의 연출작 헌트촬영 직후였습니다. 같은 현대사를 다룬 내용도 그렇지만 극중 자신에게 제안이 온 두 인물 모두가 너무도 비슷한 결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동어 반복처럼 다가올 것이라 확신했답니다. 배우들은 같은 느낌의 같은 작품을 연속으로 하는 것만큼 잘못된 선택도 없다고 믿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우성도 그랬답니다.
 
“’헌트속 제가 연기한 정도란 인물, ‘서울의 봄속 이태신. 둘다 각각의 인물의 대척점에 선 캐릭터에요. 제가 각각의 작품에서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하지만, 외피적인 어떤 대립 구도를 놓고 관객들이 보기 시작하면, 정말 이태신에게 담고자 하는 이태신이란 캐릭터로 보여야 하는 것에 커다란 장애를 앞에 세우고 다가갈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되게 어려운 지점인데, 그런 우려가 있었어요. 솔직히 걱정이 됐었어요. 그냥 제가 아닌 것 같았죠. 근데 감독님이 그럼 엎지 뭐이러면서 협박을 해서(웃음).”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태신의 실제 모델인 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불 같은 성격의 다혈질적인 면이 강했던 분이라고 합니다. 극중 탱크로 밀고 들어가 다 박살을 내겠다고 한 대사. 실제 고 장 사령관이 신군부 반란군들에게 쏟아낸 엄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의 봄속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이런 불 같은 면보다는 강직한 군인 그리고 올곧은 면이 강한 어떻게 보면 꽉 막힌 듯한 그런 면모가 당한 인물처럼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태신에 대한 정우성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그저 이 작품과 무관한 인간 정우성으로서 바라본 이태신. 일단 전두광은 감정에 충실하잖아요. 근데 그 감정이 공심이냐 사심이냐를 구분해야 하는데, 전두광이 군복을 입고 있으니 거기에서 딜레마가 오는 거죠.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불 같이 뿜어낼 것이라 여겼죠. 그럼 이태신 입장에선 그걸 어떻게 감당할까. 두렵겠죠. 그래도 본분이란 게 있고, 그는 그냥 자신이 입고 있는 군복의 의미를 다하려고만 하는 거잖아요. ‘내 직업이 이것이고, 이건 공직이고, 그것에 충실할 것이다라고. 정당성? 그런 의미로 이태신의 선택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런 이태신으로 변신한 정우성. 그의 눈에 자신의 반대편에 선 전두광. 배우 황정민 연기한 전두광은 우리가 다 아는 그 사람입니다. 전혀 닮지 않은 싱크로율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현장에서 전두광분장을 한 황정민을 처음 본 정우성의 당시 느낌이 궁금했습니다. 정우성도 진짜 그렇게 분장을 한다고?’라면서 굉장히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본 전두광으로 변신한 황정민. 정말 놀랍고 또 부러웠답니다.
 
사실 너무 부러웠어요. 우선 처음 딱 봤는데, ‘이렇게 어울린다고?’란 생각에 너무 소름이 끼쳤었죠. 분장으로 설명이 안되는 어떤 캐릭터의 힘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었어요. 그걸 보자마자 이걸 내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싶을 정도였으니. 저도 흰머리를 좀 붙이고 칠하고 했는데. 비교가 안되더라고요. 배우들은 분장과 의상이 주는 기운이 있어요. 분장과 의상 마무리하면 그 인물이 되는 큰 갑옷을 입는 느낌이 드는데, 전두광 분장을 한 정민이 형을 보고 내가 발가 벗겨져 있는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공교롭게도 김성수 감독의 전작과 신작 속에서 각각 황정민과 함께 대결하는 구도 속에 등장합니다. 김 감독의 전작 아수라에선 악인 박성배 시장을 연기한 황정민과 처절한 대결을, ‘서울의 봄에선 탐욕의 끝판왕전두광의 반란을 막아서는 이태신 사령관을. 이 정도되면 이제 황정민 전문 상대역, 또는 악인 감별사 정도의 별명이 붙을 만할 듯합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그가 경험한 악인박성배와 전두광. 두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 정도. 각각 어떤 인물처럼 느껴졌는지.
 
말씀하시고 나니 진짜 정민이 형과 함께 연달아 두 작품에서 대결을 했네요(웃음). 일단 아수라에서의 박성배는 상대방이 보기엔 설득력이 거의 없는 자기 주장만을 하는 자기애가 너무 강한 사람이었죠. 근데 반면 전두광은 박성배의 자기애가 너무 강한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서운 건 설득력이 있단 거에요. 둘다 감정적이고, 둘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 인간들인데. 전두광이 더 무서운 건 갈팡질팡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설득해서 휘어 잡아 버리잖아요. 그게 무서운 거죠.”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현대사 시리즈 라인업을 장식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 역사적 순서 상으로는 이 회사가 제작한 또 다른 흥행작 남산의 부장들뒤를 잇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내용적으로도 남산의 부장들바로 직후에 벌어진 얘기가 바로 서울의 봄입니다. 또한 정우성 개인적으로는 헌트와도 연결이 되는 라인업이기도 합니다. 정우성은 아직 3편을 모두 안본 관객들을 위해 가이드를 제시했습니다.
 
시사회 이후에 말씀하신 세 편의 영화를 연결해서 설명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그리고 헌트순서로 보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세 편 가운데 제가 출연한 두 편으로만 보자면 시간 순서로는 서울의 봄을 보시고 헌트를 보시는 게 맞을 듯합니다. ‘헌트는 영화적 결말이나 모든 게 허구에 가까운 영화고. 정우성이 연기한 두 편의 영화에서 두 캐릭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시는 재미도 나쁘지 않을 듯 하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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