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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수정 “나도 ‘싱글 인 서울’에 설레었다”
“귀한 로맨스, 느린 속도로 서로의 마음 확인하는 과정 설레어”
입력 : 2023-11-27 오전 6:12: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솔직히 이건 비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 중 하나입니다. 배우 임수정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동안입니다. 일단 데뷔 22년차.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대표작을 꼽자면 단연코 장화, 홍련입니다. 당시 너무도 앳된 얼굴의 소녀였던 임수정. 극중 나이도 10대의 소녀였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그의 나이 24세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의 임수정. 왜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 배우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인지. 데뷔 초기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에 변화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임수정이 등장하면 판타지가 생기는 듯합니다. 아니 그 자체로 판타지가 완성됩니다. 임수정이 아무리 꾸미지 않고 후줄근하게 등장해도 뭔가 멋을 제대로 부리고 나온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최근까지 소속사가 없이 홀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이슈가 터져 나왔을 때도 뭔가 되게 있어 보인다란 판타지가 구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임수정이 그래서 로맨스 장르에 등장하면 이유 불문하고 사랑을 해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나 봅니다. 존재 자체로 판타지의 상징이 된 임수정의 힘. 반박 불가입니다. 그가 출연했던 로맨스 장르 작품. 떠올려 보면 답은 분명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싱글 인 서울에도 임수정이 나옵니다. ‘싱글 인 서울’, 다른 로맨스 영화 달리 굉장히 심심합니다. 재미가 없단 뜻이 아닙니다. 달달한 로맨스? 달콤한 판타지?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반드시 무조건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판타지에 빠지게 됩니다. 임수정의 판타지 파워, 분명 이번에도 그리고 여전히 유효합니다.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 이후 며칠 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동안외모.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화, 홍련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치는 임수정은 자신의 동안 외모보단 싱글 인 서울이 모두에게 그 시절을 담고 있는 감정의 흔들림을 가져다 주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일단 자신이 출연한 영화이지만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설레였던 건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웃습니다.
 
일단 로맨스 영화가 너무 귀한 시절이 됐잖아요. 그래서 고민할 이유가 없었어요. 저한테 로코 장인이란 타이틀을 붙여 주시는 기자님들이 많은데, 감사하죠(웃음). 그냥 제가 뛰어난 것 보단 상대 배우 복이 컸어요. 미남 배우들과는 다 해 본 것 같아요 하하하. 가끔은 로맨스 장르가 현실 기반이라 쉽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의외로 너무 어려워요. 극적인 요소가 덜하다 보니 공감을 얻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많이 해봤지만 할 때마다 숙제임을 느끼고 있어요.”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로맨스 장르, 임수정의 말대로 정말 쉽게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배우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땅에 발을 딛고 선 얘기를 관객들에게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이 과정이 배우들에겐 가장 높은 집중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장르와 이런 연기 스킬에서 임수정은 문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싱글 인 서울을 자신의 로맨스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싶다고 말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삶의 가치관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조금씩 느린 속도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 주잖아요. 그런 과정을 묘사하고 그리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제 실제 모습과도 너무 많이 비슷했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 누군가와 친해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거든요.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저 스스로가 많이 설레였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죠. 옆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몰랐던 시절을 마음까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어요.”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중 임수정이 연기한 현진은 규모가 작은 출판사 동네북의 편집장. 외모 꾸미기에 서툴고 연애에는 더 서툴며 사랑의 감정을 읽는 것에는 더욱 더 서툰. 모든 게 서툰 그런 여자. 하지만 반대로 사랑스러운 면은 치사량에 가까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임수정이기에 이런 면모가 유감 없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투여된 듯합니다. 그는 이번 영화가 지금까지의 로맨스와 많이 다른 점 그리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차별성으로 이런 점을 집중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진이가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잖아요. 나이대도 실제 저와 가장 비슷해요. 로맨스 장르가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너무 강한 얘기를 다루잖아요. 일도 잘하고 사랑도 멋지게 하고(웃음). 근데 모든 게 너무 서툰 사람의 얘기.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 정도였어요. 특히 극중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듯한 서툰 모습. 이성의 호의를 그린 라이트라고 착각하고 직진하는 순진함 등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그냥 이 사람의 진심 같은 게 느껴졌으면 싶었죠. 순수한 마음 같은.”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임수정이 싱글 인 서울이 이토록 매력을 느낀 건 작품 자체의 힘도 있지만 상대역 이동욱에 대한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매력을 느꼈고 출연을 결정할 생각을 했을때 이동욱이 상대역으로 출연할 것이란 말에 찰나의 고민도 없이 출연 확정을 했다는 임수정입니다. 그는 여러 시사회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현재 최고의 로맨스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이동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최고의 로맨스 파트너는 현재로선 이동욱이랍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전 연인으로 짧게 나온 적이 있어요. 이동욱 배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 스펙트럼이 엄청나잖아요. 이런 현실 기반 장르에서도 분명 그 힘을 발휘할 것이라 여겼죠. 근데 제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담백하게 소화를 하셨어요. 너무도 유연하게 장르를 넘나드는 분과의 호흡이라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호흡이랄 것도 없이 그냥 하면 되는 자연스러움이 너무 기억에 남아요. 동욱 배우와는 꼭 다른 장르에서도 만나보고 싶어요.”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제목 자체가 싱글 인 서울입니다. 그래서 현재도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임수정의 지금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배우로서의 영역에서도 싱글입니다. 소속사가 없이 홀로 활동 중입니다. 매니저도 없이 스스로 촬영장을 가고 대중 교통도 이용하고 다닌답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택시를 타고 왔다면서 조금 이따 걸어서 전철역까지 갈 생각이다. 너무 설레인다고 웃습니다. 그에게 싱글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습니다.
 
배우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웃음) 영화에서 현진은 함께가 좋다라는 가치관을 가졌잖아요. 그럼 임수정은 함께도 좋다. 하지만 혼자도 즐겁다입니다. 현재로선 그래요. 제 또래 여성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을 보면 다들 가족이 있고 자녀들이 있고. 다들 책임져야 할 게 많잖아요. 근데 전 저 혼자만 생각하면 되니 너무 자유롭죠. 가끔은 친구들이 부럽고 또 친구들도 절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냥 지금 현재를 즐기는 중이에요(웃음). 그래서 소속사도 없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일해 보려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했고 오랜 시간 돌봄과 관리를 받다 보니 내가 없어진 느낌이었죠.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 잠시 후 인터뷰 끝나면 운동화 갈아 신고 저 밑에까지 걸어갈 생각이에요. 너무 설레네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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