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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독전2’ 차승원 “‘브라이언’ 안 죽었어? 나도 놀랐죠”
“반응? 속상하죠. 근데 배우는 공개나 개봉하면 결과 받아 드려야”
입력 : 2023-11-30 오전 6:12:1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차승원에겐 독보적인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배우로 유명합니다. 국내 패션 모델계에선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그는 여느 모델 출신 배우들처럼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고 전업을 한 게 아닙니다. 모델 출신 1세대 배우인 그에게 그런 시절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데뷔 초반 모델 출신답게 도회적이고 멋들어진 배역 위주, 이미지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배역 등에 한정돼 캐스팅돼 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차승원의 진가는 발휘됐습니다. 188cm에 키를 앞세운 압도적인 피지컬,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조각 몸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완벽하게 상쇄시키는 반전 코미디 연기가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코미디 연기가 빛이 날수록 장르 연기에 대한 연쇄 반응에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극과 극은 통한다란 공식이 들어 맞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까지. 어느 순간 차승원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힘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적 성향을 띄는 장르 서사를 이른바 땅에 발을 딛게 하는차승원만의 연기 스킬까지 더해지면서 넘사벽의 단계로 이 배우의 존재감을 끌어 가 버립니다. 2018년 개봉해 52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독전에서 브라이언 이사로 출연, 카리스마와 유머의 중간 어디쯤을 연기하며 극 전체의 쉼표 같은 존재감 그리고 전체 서사의 반전 키워드를 제시한 차승원. 그가 5년이 흐른 뒤 독전’ 1편에서 다하지 못했던 응징의 코드에 힘을 싣습니다.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독전1편이 극장, 2편은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가 됐습니다. 1편에서 차승원은 이선생을 사칭하다 벙어리 남매에게 붙잡혀 끔찍한 테러를 당한 브라이언 이사로 출연했습니다. 1편을 본 기억이 남아 있다면 브라이언의 생사 여부가 언뜻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른바 용산역 테러사건 이후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발견된 브라이언.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실 명확하게 공개가 되진 않았습니다. 참고로 2편은 프리퀄도 시퀄도 아닌 미드퀄 형식입니다. 1편의 용산역 테러사건 이후부터 노르웨이 시퀀스까지.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을 그립니다.
 
제작사 용필름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2편이 만들어 진다고 하면서 출연 제안을 해와서, ‘나 죽었잖아라고 했었죠. 아니 죽었었잖아요(웃음). 근데 제작사 쪽에서 안 죽었을 걸이러길래. 나도 가만 생각해 보니 생사 여부는 확실하게 안나왔더라고요. 하하하. 브라이언에 대한 얘기도 마무리가 잘 될 것 같았고. 서영락과 원호의 관계도 잘 마무리가 될 기회이겠다 싶었죠. 저희는 뭐 기분 좋게 잘 마무리한 것 같았어요.”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일단 초반부터 좋은 시작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독전2’가 공개가 된 뒤 국내 평가는 너무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1편은 이른바 폐인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극성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입니다. 하지만 2편이 공개된 뒤 극렬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2편을 비난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차승원은 당연하지만 이미 반응은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공개된 그리고 개봉한 작품에 대한 배우로서의 소신을 전했습니다.
 
“‘불호에 대한 반응? 솔직히 속상은 하죠. 근데 그걸 어쩌겠어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우리가 다시 찍을 수도 없고. 판단은 오롯이 관객 분들의 몫이죠. 개봉을 했던 공개가 됐던 그 이후에는 배우가 관객 반응에 대해 뭐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 성격상 좋지 않은 대중의 반응에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속내를 쏟아내는 것도 못하겠고. 그저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럴 겁니다. 제게 독전2’는 열심히 참여해서 작업한 영화일 뿐.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이나 감독님도 그렇고. 이것만 찍고 은퇴할 분들 아니잖아요. 하하하. 어떤 배우나 감독이나, 실패하려고 만든 작품은 없죠. 뭐 지금의 반응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저도 성장의 기회고 또 감독님도 그럴 것이고.”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이번에 공개된 2, 앞선 1편의 서사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1편의 연출은 이해영 감독, 2편의 연출은 CF감독이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백감독입니다. 주인공 서영락대리도 바뀌었습니다. 1편에선 류준열이었지만 2편에선 신예 오승훈이 연기합니다. 차승원은 1편과 2편 모두를 경험한 배우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입니다. 큰 형님으로서 현장을 이끄는 역할도 했었답니다.
 
아니 뭐 내가 대장 노릇한 것 같잖아요. 절대 안 그래요. 그냥 1편과 2편 경험한 사람 중에 나이만 제일 많은 사람이었을 뿐이고. 우선 백 감독은 알고 지낸 지 20년도 넘었어요. CF를 오래 했잖아요. 제가 데뷔 초에 광고 찍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그래서 백감독의 이번 2편은 아주 콤팩트했어요. 1편의 이해영 감독은 좀 진득했죠. 준열이 대신으로 들어온 승훈이는 정말 성실하게 잘했어요. 이미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의 연기를 보고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오디션으로 합류가 결정됐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됐었죠.”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농담처럼 ‘2편에선 아주 편하게 촬영했을 것 같다라고 물었습니다. 이유는 등장하는 장면 내내 침대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면만 나옵니다. 차승원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그렇게 당했는데 그럼 뛰어 다녀라면서 특유의 너털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차승원이 극중 연기한 브라이언, 그는 2편에서 계속 극한의 고통을 참아가면서 이선생서영락 대리를 쫓습니다. 연신 입에서 튀어 나오는 신음 소리와 꾸부정하게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은 사실 차승원의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웃음).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에 거북이같다고. 참나. 하하하. 앞으로 꾸부정하게 앉아 있잖아요. 그게 1편에서 벙어리 남매에게 그렇게 테러를 당했는데 아파서 등을 대고 앉을 수 있겠어요(웃음). 너무 꾸부정하게 앉아 있다 보니 나중에는 배에 쥐게 날 정도였다니깐요. 하하하. 그리고 그게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저도 본 게 있어서 그래요. 사실 저희 작은 아버지가 전신 화상 환자 이셨어요. 공장에서 큰 화재 사고로 다치셨는데, 어릴 때 병원에서 고생하시는 걸 너무 많이 봤죠. 그때 항상 그 앓으시던 소리가 있어요. 정말 화상 치료는 너무 고통스러워요.”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독전2’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효주의 변신입니다. 1편에선 고인이 된 김주혁과 진서연의 존재감이 날카로웠습니다. 2편에선 그 자리를 한효주가 대신합니다. 한효주가 맡은 큰칼로 불리는 섭소천’. 설정상 고인이 된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의 이복여동생입니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선 이 역할은 남자였답니다. 하지만 감독의 요구로 여자로 바뀌었고 그 배역이 한효주에게 돌아갔습니다. 차승원은 대중의 평가를 떠나서 동료 배우로서 한효주의 이런 변신을 극찬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그래요. 정말 배우들은 대중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정말 성실하게 임해요. 당연하죠. 특히 이번 독전2’에서 한효주의 변신은 정말 최고로 보상을 받아야 할 정도에요. 전 그런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을 정말 높이 사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에요. 처음 현장에서 그 모습을 봤을 때 뭐랄까. ‘와 진짜 버르장머리 없게 생겼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하하. 보시면 정말 다른 사람이잖아요. 대단했어요. 진짜.”
 
배우 차승원. 사진=넷플릭스
 
모델 출신 배우들은 차승원 이전에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승원처럼 완벽하게 전업을 했고, 이 세계에서 지금까지 살아 남아 톱클래스의 배우로 존재감을 발휘하는모델 출신 배우는 그가 유일합니다. 그는 그냥 잘 살아 남은 것에 대한 응원 같은 말일 뿐이라며 손사래입니다. 하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살아 남을 수 있고 세월이 갈수록 더욱 더 깊은 맛을 내는 그의 연기는 후배들의 롤모델로서 너무 좋은 선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별다른 문제 없이 지금까지 크게 튀지도 않고 잘 버텨온 것에 대한 응원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돌아보면 나름 잘 버텨온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이제 나이를 먹고 그러니 좀 너무 뽀족하게만 살 필요는 없구나 싶어요. 작품 선택도 깐깐하게 뭘 고르는 것보다 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이번에도 국내에선 좀 아픈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글로벌에선 또 좋다고 하고. 언제나 좋은 선택만 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일할 수 있고 다음 작품에서 관객 분들에게 또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워요. 감사하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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