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시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일이 눈으로 하던 일을 이제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하면서 갖가지 문제에 좀 더 명쾌한 해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화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와 협조도 필요한데요.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는 스마트시티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기존에 하던 업무에서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토리서치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스마트시티 진입 초입단계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었습니다. 정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로 미래를 그리면서, 도시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아토리서치는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스트럭처(SDI) 전문 기업입니다. SDI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해 고객이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잘 적용해 사용할 수 있게끔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인데요.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형 교통시스템(AITS), 백업 서비스(BaaS),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네 사업의 비중은 각각 약 25%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정 대표는 회사에 대해 "애플이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안겨줬다고 하면 아토리서치는 기업과 도시, 국가에 스마트폰 같은 컴퓨터 인프라를 널리 퍼뜨리고 싶은 꿈을 가진 기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토리서치 본사에서 스마트시티 조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정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인텔에서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며 중앙처리장치(CPU) 칩 설계를 맡은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는 모교인 카이스트 대학교에서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겸직교수도 맡으며 학생들에게 데이터센터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컴퓨터 아키텍트를 전공한 정 대표는 대한민국 전체를 커버할 만한 인프라 구조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했습니다.
아토리서치가 전달하려는 가치는 스마트폰의 가치와 닮아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있기 전 사람들은 통화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음악을 듣기 위해 MP3플레이어를, 또 게임을 하기 위해선 게임기를 지니고 다녔습니다.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하드웨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공용의 하드웨어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개별 기기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안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다운받으면서 여러 서비스를 한 기계로 이용할 수 있죠. 이용하지 않을 때는 앱을 지워버리면 그만입니다.
아토리서치는 도시에 컴퓨터, 저장장치, 통신장치, 보안장치를 공용으로 구축해놓고 마치 안드로이드처럼 하드웨어를 관리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데이터를 쉽게 설치·삭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스마트시티 관련 근본 기술이 전 세계에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야 도시 전체로 기술 적용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시 일부보다 도시 전체로 통신장비 등을 관리하는 것이 난도가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4년 전 아토리서치는 부천시와 함께 스마트폰 형식의 IT기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화가 진행된 이후 부천시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도시에 깔린 CCTV 정보를 모아 AI로 교통혼잡과 교통사고를 자동 분석하고 바로 보여주는 모니터링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스마트시티 구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 형태에 저항하기도 했다는데요. 본인이 구축·관리하던 시스템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일이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진 까닭입니다. 진화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는 주기가 짧아져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더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는 점도 담당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으로 꼽혔습니다. 정 대표는 한번 구축해두면 편리해진다는 장점을 내세워 이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도시 전체의 자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각기 분산된 기술 자원과 데이터를 하나로 합쳐야 하는데 이를 융합하는 과정에서도 고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대상인 만큼 기술력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투가 벌어지기도 했다는데요. 정 대표는 "똑같은 알고리즘이라도 서버 10대랑 1000대는 정말 다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더 커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고 장애를 미리 알고리즘으로 준비해놓았다"며 "처음에는 컴퓨터를 놓을 자리도, 전력 공급도 충분치 않아서 사람이 앉아있던 사무 공간을 비워 컴퓨터를 놓고 전력을 보강하는 작업부터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모수가 늘어난 상황 속 서버를 관리하는 만큼 어려움이 가중되기 마련인데, 특히 이 부분에 아토리서치의 경쟁력이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입니다. 아토리서치의 솔루션은 서버, 저장공간, 네트워크, 보안 등 4개 요소를 한번에 관리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관리하기 때문에 확장이 쉽다는 게 타사와의 차별점입니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토리서치는 한국벤처투자, KDB 산업은행, 하나은행, 삼성벤처투자, SK C&C 등에서 누적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30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도시 단위를 넘어서 국가 단위, 나아가 전 세계 단위를 커버하는 것이 꿈입니다. 내년에는 일본 파트너를 통해 수출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업의 실질적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7월쯤 IPO를 위한 준비도 모두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