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지휘하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이 태양광 수요 부진에 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에 이어 생산 중단까지 단행합니다. 대신 올 초 3조2000억원을 투입한 북미 시장을 태양광 사업 핵심 지역으로 삼아 글로벌 태양광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다음달 17일 충북 음성공장 운영을 중단합니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공장 외부.(사진=한화솔루션)
2015년 설립된 음성공장은 태양광 완제품 격인 모듈을 생산하는 곳인데요. 최근 태양광 모듈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업황이 부진한 데다 국내 시장도 축소되자 음성공장은 올해 3분기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한화큐셀은 국내 생산 공장을 충북 진천공장으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한화큐셀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다음달 3일까지 진천·음성공장 생산직 근로자 대상 희망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희망퇴직 이후 남은 음성공장 근로자들은 공장 중단 전까지 협의를 거쳐 진천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며 "한국공장은 진천공장을 중심으로 셀 제조 기술 고도화·라인 전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화솔루션)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김 부회장이 키워왔습니다. 2012년 태양광 모듈 생산 자회사였던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태양광 사업 육성을 시작했죠. 그해 12월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 인수도 김 부회장의 작품입니다. 한화큐셀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늘리고 해외 거점을 확대해 왔는데요. 하지만 올해 들어 업황이 급변하면서 실적이 급감했습니다.
한화큐셀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4% 감소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세액공제(350억원)가 3분기 영업실적에 포함돼 사실상 적자인 셈이죠.
부진 원인은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에 따른 판매마진이 축소된데 있습니다. 태양광 정보 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3분기 태양광 모듈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7~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모듈은 W당 0.14달러대를 오갔는데 이는 상반기 대비 50% 이상 떨어진 수치입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면서 태양전지, 모듈 가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 한화큐셀은 급성장하는 북미 시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현재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미국 조지아주 달튼공장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존 1.7GW 규모의 달튼1공장에서 올해 3.4GW의 달튼2공장을 증설해 지난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당초 9월에서 두 달가량 앞당겼는데요. 그만큼 미국 태양광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내년 4월 3.3GW의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내 모듈 생산 능력은 총 8.4GW로 늘어납니다. 이는 태양광 업체 생산 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로 지난해 미국 전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의 절반에 달합니다.
북미 태양광 시장도 성장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2022년 199GW에서 2031년 353GW로 연평균 7% 성장할 전망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지역은 16GW에서 75GW로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한화솔루션 미국 솔라 허브 지도.(사진=한화솔루션)
한화큐셀은 고부가가치 시장인 주택용과 상업용 시장을 주력으로 공략하고 있는데요. 올해 1분기 미국 주택용과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35.0%, 35.3%를 차지, 주택용은 19분기 연속, 상업용은 14분기 연속 점유율 1위입니다.
여기에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공장 공급능력 확대를 발판으로 부진했던 미국 유틸리티용(발전용)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태양광 모듈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유틸리티용 시장은 우회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한화큐셀은 IRA 시행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공제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화큐셀이 미국 생산 라인을 100% 가동할 경우 1년 동안 지원받을 현금만 해도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합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IRA 시행으로 미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모듈 가격 대비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 12월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우회되는 중국기업 제품에 유예돼 있는 관세 조치가 정상화될 경우 미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