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를 쓴 유영아 작가. 유 작가는 ‘형’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다시 한번 특별한 가족 얘기로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유영아 작가.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3일의 휴가’는 사흘 동안 휴가를 온 엄마가 딸을 만나고 가는 이야기로, 서로 말도 걸지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지만 중요한 마음을 전하고 가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엄마를 참 남다르게 생각한다. 문득, ‘엄마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나?’, ‘내가 엄마한테 서운한 게 있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내가 이 마음을 전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도 그런 딸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했다. 감정과 정서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인 만큼 엄마와 딸의 감정을 잘 묘사하고 싶었다. 특별한 사건이나 대사보다 소품, 음식, 시선 같은 것들이 가장 큰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와 딸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캐릭터의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많이 애썼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휴가를 나와 딸을 만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독특하다. 이 설정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엄마가 가끔 꿈에 할머니가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비단 엄마 뿐만 아니라 ‘내가 죽고 나면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무엇일까?’, 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나에게 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나 그리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주변 친구들도 어제 꿈에 엄마가 나왔는데 정말 생생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러면서 농담처럼 ‘진짜 왔다 간 거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세계관을 만들었다.”
어떤 모녀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는지 설명해달라
“먼저, 엄마 ‘복자’ 캐릭터는 드세지만 항상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 애틋함마저도 표현을 잘 못하고 딸 ‘진주’가 본인이 했던 말 때문에 한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드세지는 엄마다. 이 ‘드세다’는 표현이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인생과 딸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그렇게 살갑지는 않지만 딸을 많이 아끼는 엄마다.
딸 ‘진주’는 나의 반성문 같은 캐릭터다. ‘그때 엄마한테 그렇게 하지 말 걸’, ‘엄마의 마음을 좀 더 들어줄 걸’ 같은 나의 생각들이 반영된 캐릭터다. ‘진주’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엄마와 살가웠던 경험이 없어서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안타까운 딸이다. 그런데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고, 그 후로 큰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끼는 캐릭터다.”
보편적 소재인 모녀 관계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많고, 전작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모녀 관계를 그렸는데 이번 작품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아무 말도 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지가 아이러니의 시작이다. 그래서 기존의 모녀 관계를 다룬 영화들처럼 서로 쉽고 빠르게 부딪히거나 위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지금은 같이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속 깊이 있는 원망, 그리움, 오해 같은 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기존의 모녀 이야기와는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인생에 대한 모든 선택을 자식을 위해 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엄마도 그렇고 ‘3일의 휴가’의 엄마 ‘복자’도 그렇다. ‘82년생 김지영’을 쓸 때는 고생하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 온 엄마가 이제는 딸을 위해 조금 더 전투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3일의 휴가’에서는 살아있을 때 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외롭고 애처로운 엄마를 그렸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딸과, 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엄마의 속상함을 같이 그리고 싶었다.”
음식을 매개로 딸 ‘진주’가 엄마 ‘복자’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음식으로 소통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우리가 무언가를 추억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나오는 영화에 몰입하고 재미있다 느끼는 이유는 음악이 추억하고 싶은 그때의 기억으로 우리를 빠르게 데려가기 때문이다. 노래만큼 기억을 빨리 소환해서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 게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맛은 집마다 다르다. 나 역시 엄마가 만들어줬던 음식을 직접 만들고, 엄마의 맛에 다가가려고 계속해서 다시 만들다 보니 결국 엄마의 요리와 비슷한 맛을 내게 됐다. 그리고 그런 음식을 만날 때마다 늘 바빴지만 외출 전에 음식을 해주시고 나갔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빠르게 접촉될 수 있는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 아이템을 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관련해서 특별히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음식 아이템을 정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최종적으로 수정도 많이 했다. 고향이 경상도이다 보니 경상도 지방의 음식들을 생각을 많이 했는데, 숨어있는 맛의 비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딸 ‘진주’가 엄마 ‘복자’의 어떤 맛을 찾아가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하다가 마지막으로 ‘만두’라는 음식을 선정했다. 딸 ‘진주’와 엄마 ‘복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음식에 대해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관객들이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극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 부분에서 엄마와 딸이 어떻게 서로의 가장 중요한 마음을 전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되는지 꼭 보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3일의 휴가’를 기다릴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3일의 휴가’ 속 엄마와 딸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끼실 것이다. 가족에 대해서 혹은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떠오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게 될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