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SK(034730)그룹이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둔 가운데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업계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SK온을 이끄는 수장들의 거취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빠르고 확실한 변화'를 주문함에 따라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사진 왼쪽부터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대표이사.(사진=SK이노베이션)
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께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인사는 예년보다 변화폭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최 회장은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던 '서든데스'를 재차 언급했습니다.
이에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해 인사에서 유임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부회장의 경우 2016년부터 7년 간 SK이노베이션을 이끌며 사업 구조를 정유, 화학 중심에서 배터리 등 비정유 사업으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친환경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꼽힙니다.
김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실적 상승과 기업 체질개선에 주력한 결과 2017년 SK이노베이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6조2610억원, 3조234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98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올해 3분기에도 매출 19조8891억원, 영업이익 1조563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 부문(SK온)은 김 부회장의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김 부회장은 2021년 10월 배터리 사업 분할을 통해 SK온을 출범시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에 이어 배터리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출범 2년이 지난 지금도 적자 늪에 빠져 있습니다. 또 전기차 시장 성장세 주춤하면서 포드와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두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도를 당초 목표한 2026년보다 늦추기로 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은 감산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초대 사장으로 2년 넘게 SK온을 이끌어 온 지 사장의 거취도 주목됩니다. 임기도 내년 3월로 끝납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해외 공장 초기 가동에 따른 배터리 수율(양산품 비율) 문제가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공개(IPO) 시점이 점점 늦춰지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최 회장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만큼 배터리 부문의 저조한 실적은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부회장과 지 대표가 물러날 경우 SK온의 삼각편대(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김 부회장, 지 사장)도 깨집니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2021년 12월 SK온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지 사장과 각자 대표직을 수행해왔습니다. 김 부회장은 SK온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최 수석부회장은 성장전략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맡고 지 사장은 경영 전반을 담당해왔는데요. 이번 인사에서 SK온에 국한돼 있던 역할을 확대해 SK이노베이션 사업을 총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생 CEO의 역할에도 무게가 실립니다. 현재 SK 주요 계열사의 1970년대생 CEO로는 유영상
SK텔레콤(017670) 사장, 윤풍영 SK C&C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이 있는데요. 지 사장은 1963년생으로 만 60세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