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까반 아이탱 똰방 모모압(모모 앱으로 결제해 주세요)."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30일 택시를 타고 호찌민 1군에서 3군으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기사님은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젓더니 스마트폰 QR코드를 내밀며 전자결제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인 모모(MOMO)로 요금을 내라고 했습니다. 현금이 없었던 터라 모모 앱을 다운로드받았지만 외국인 인증에 실패했고, 결제까지 한참 헤매야 했습니다.
카드 결제 기기가 없는 베트남 호찌민의 택시들은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라고 권유했다(사진=뉴스토마토)
핀테크 '전자지갑 앱' 통해 결제 시장 확대
베트남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전체 결제 금액에서 현금 사용률을 8%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전자결제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겠다는 포부입니다.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자지갑시장은 최근 5년 3배 이상 급증했는데요.
실제로 프랜차이즈 가게를 비롯해 전자 결제가 가능한 곳곳에서는 QR코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 계산대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베트남 젊은 사람들은 모모와 VN페이로 보통 많이 결제한다"며 "미리 일정 금액을 채워놓으면 전자지갑을 통해 송금하거나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모모(MoMo), VN페이, 잘로페이, 모카 등이 40여 개 전자지갑 업체가 결제시장에 뛰어들며 비현금 결제시장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현지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한 교민(42)은 "베트남 정부에서 QR결제를 통해 비현금 결제시장을 늘리고 있다. 페이 앱들도 결제 시 할인 혜택, 쿠폰 등을 파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휴대폰을 많이 쓰는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VECOM)와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성장한 158억달러(약 20조7359억원)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자지갑이나 결제 앱을 통한 비현금 결제 거래량이 전년도에 비해 85% 증가했다고 분석했고요.
호찌민의 대부분 가게(사진 위)는 VN페이 등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거나 충전식 선불카드로 결제하는 가게(사진 아래)도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체크카드 기반 QR코드 결제 확대
하지만 QR결제 시장 역시 신용카드와 연결이 된 것이 아니라 현금시장에 기반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금융인은 "보통 베트남인들은 거의 현금을 사용하는 것 같다. 국민적 인식도 아직 현금이 우세하고, 금융과 신용도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은 편이다"라고 카드 결제 환경이 미비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점주 역시 약 10%가량 카드 결제 수수료가 부담돼 고객에게 현금으로 받고 해당 수수료를 고객에게 서비스로 돌려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페에서 만난 계산원 응우옌 후이(27)는 "현금은 믿을 수 있다. 어차피 QR코드로 결제해도 연결되어 있는 것은 은행 계좌"라며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처럼 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찌민 한 상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사라진 전표를 발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온라인·디지털 결제 시장 업고 성장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베트남 내 신용카드 보급률이 4%라고 발표했는데요. 주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겁니다. 같은 기간 아시아 국가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말레이시아 23%, 태국 11%, 인도 3%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사들은 베트남의 결제 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는데요. 호찌민에서 만난 최근환 베트남-싱가포르 공단(VISP) 마케팅 이사는 "현재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처음 신용카드를 띄우고 발전시켰을 당시인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며 "그 이후 우리나라도 폭발적으로 금융시장이 성장했듯 베트남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의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단계에서 베트남이 온라인·디지털 결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베트남 상공부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전자상거래는 지난해 20%라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 상공부는 2030년까지 △디지털 경제 기여 비율 20~25% △전자상거래 소매판매 증가율 20~25% △디지털 생태계 접근 기업 비율 540% △산업 기업의 디지털 혁신 적용 비율 50%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8)편에서 계속>
베트남 호찌민=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