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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
입력 : 2023-12-04 오후 6:30:22
"산타 할아버지는 수염 많으면 땀띠 안나나?"

초등학교 시절, 베트남에서 유년기를 보낸 친구가 문득 한 말이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추운 겨울과 화이트 크리스마스, 빨간 모자 쓴 산타 할아버지가 'HOHOHO'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고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땀띠 날 텐데 왜 수염을 안 밀지?'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이상했거든요.   
 
베트남 음식점에서 만난 산타할아버지도 털옷에 털모자, 수염을 길게 기르고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사진=뉴스토마토)

11월 마지막주, 난생 처음으로 베트남을 갔다 왔습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한국과 달리 베트남 호찌민 공항을 내리자마자 여름이었습니다. 분명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롱패딩을 입고 출발했는데요. 후텁지근한 날씨에 패딩을 부랴부랴 벗고 손부채질로 땀을 식혔습니다.
 
이렇게 더운데도 현지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긴 팔을 입고 있더군요. 물어보니 베트남에도 겨울은 있답니다. 호찌민의 11월부터 4월까지는 건기이고, 2월까지는 한국처럼 겨울에 해당한다고요. 지금이 여행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이자 연말을 보내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둘러보니 호찌민도 크리스마스 맞이에 한창이었습니다. 땡땡 내려쬐는 햇빛 아래 트리들이 군데군데 있고, 각 트리에는 'Merry Christmas' 문구가 걸려있었습니다. 베트남은 한국이나 여타 나라들처럼 크리스마스를 법적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세계인의 명절(?)인 만큼 축하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의 한 서점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리스(사진=뉴스토마토)

크리스마스란 모름지기 흰 눈이 펑펑 오고, 칼바람도 좀 불고, 입김을 호호 불며 즐기는 것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반팔의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네요. 수염만큼은 지킨 산타 할아버지도 더위에 반바지를 입고 선물을 나눠주면 얼마나 웃길까 생각해보며 겨울의 호찌민을 한껏 즐기다 왔습니다. 
 
호텔 로비에 놓여진 크리스마스 맞이 파티장식. 그리고 인자한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줄 선물을 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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