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저축은행업계는 올 한해 수익성과 연체율 악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금융당국 차원에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인수·합병(M&A) 관련 규제 완화 등을 내놓았지만, 저축은행업권 발전 보다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적자 늪에서 벗어나야 할 상황이라 디지털 경쟁력 강화라는 저축은행중앙회 숙원사업도 뒷전으로 밀린 상태입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시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조조정 유도 위한 규제 완화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저축은행 M&A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저축은행과 부실 저축은행에 한해 M&A 허용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상인·애큐온·조은·한화저축은행 등이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올해 업황이 악화되어 있는 만큼 자율 구조조정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겁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업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M&A 등 규제 완화는 당장의 성과를 바라기 힘들다. 물꼬를 트였다는 게 중요하다"며 "원죄로 치부되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인데 완화의 움직임을 낸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이 민간 출신 아닌가. 기존 50년 넘게 있던 낡은 규제들을 일부 완화시켰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여진다"며 "성장제한적 규제들을 풀어내는 데에 오 회장이 민간 출신이다 보니 시장, 기업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으로, 지난해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에서 제19대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다만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최대 4곳까지 소유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도 대상 지역이 비수도권으로 국한돼, 업계에서는 M&A의 활성화를 위해 한 대주주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저축은행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PF 대주단 협약식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및 대주단협의체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사진=뉴시스)
저축은행발 'PF 위기설' 여전
부동산 PF 부실 논란은 올해 금융권 전 업권을 강타한 이슈였는데요.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금리 시기 PF 대출을 크게 늘렸던 터라, 고금리 시기로 전환되며 부실 대출 위험이 계속 언급됐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업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4.61%로 평균인 2.17%보다 약 2.44%p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3월보다 0.54%p 상승한 수치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이를 위해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를 조성키로 했는데요. 최근 2차 펀드 조성으로 약 750억원 규모로 마련하며 총 1087억원 규모의 PF 지원펀드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저축은행을 향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해묵은 논제인데요. 지난 4월 미국 특화은행 SVB사태와 엮이며 지라시 하나에 업권이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대형저축은행 A와 B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예금자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된 겁니다. 불안함에 고객들의 인출과 문의가 빗발치자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곧바로 "현재 저축은행 수신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PF의 경우 워낙 지속해서 지켜봐야 하고, 전 업권이 같이 가져가고 있는 문제"라면서도 "중앙회 차원에서 저축은행과 수시로 회의를 하거나 리스크 관리에 있다.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무엇보다 PF 대출 연착륙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저축은행중앙회는 디지털뱅킹 'SB톡톡 플러스' 열고 기념식을 가졌다(사진=뉴시스)
디지털뱅킹 혁신 답보상태
오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나섰는데요. 실제로 오 회장은 지난해 5월 중앙회 조직을 손질하며 '디지털혁신본부'를 신설, 기존 '4본부 16부 3실 체제'에서 '6본부 17부 5실 체제'로 확대했습니다. △저축은행 디지털뱅킹의 보안 강화 및 인증체계 정비 △IT업무프로세스 개선 △디지털뱅킹 서비스 고도화 등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이 비대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도한 것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자평, 아쉬운 점으로 꼽았는데요. 한 관계자는 "전 79개 저축은행들을 일일이 챙겨줄 수 없는 것은 감안해도 디지털 경쟁력에 힘쓴다고 한만큼 균등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디지털 사업 여력이 되는 수도권 중심 상위 저축은행들과 중하위 지방 저축은행 간 '양극화' 현상이 있는데요. 앞으로 차세대 고객 영입을 비롯해 성장 경쟁력 차이를 짚은 겁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SB톡톡플러스'로 67개 저축은행 대상으로 비대면 영업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예·적금 담보대출 상품 위주로 취급, 실질적으로 이용률이 낮다는 평가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비대면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하는데, 그에 발맞춰 지방 저축은행도 직접 방문을 안해도 되는 '성장에 대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한다"며 "특히 디지털의 경우 수도권 지방의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지역에 몰려있는 소형사들도 챙겨야한다. 전체 회원사를 아우르는 것이 중앙회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