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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독전2’ 오승훈 “내가 ‘서영락 대리’라고?”
“‘독전’ 1편 영화관에서 3번 봤다···내가 2편 주인공 믿기 힘들었다”
입력 : 2023-12-07 오전 7:00:2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데, 자꾸 그 사람이라고 이 사람이 우기고 있습니다. 너무 뻔뻔하게 우기고 있으니 기억이 잘못된 건가싶을 정도입니다. 기억을 의심하면서 그가 우기는 것에 일단 속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는지, 그 사람이 이 사람이었는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게 됐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이고 그게 진짜라고 보여지는 것만이 남게 됐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영화 독전2’를 보면 1편에서 서영락 대리로 등장한 류준열 대신 배우 오승훈이 스스로를 서영락이라고 칭하며 나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류준열의 서영락보다는 오승훈의 서영락에 동의가 되고 또 수긍이 됐으며 결국에는 서영락=오승훈이란 등식이 성립된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일단 오승훈은 약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독전속편의 서영락배역을 따냈습니다. ‘독전속편은 기존의 프리퀄 또는 시퀄이 아닌 중간 서사를 그리는 미드퀄 형식입니다. 1편에서 벌어진 용산역 사건이후부터 노르웨이 설원 위 오두막까지의 여정을 담아냈습니다. 1편에선 생략된 용산역 사건이후부터 노르웨이 설원 오두막까지의 여정. 도대체 그 속에 서영락과 원호(조진웅)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브라이언(차승원) 이사의 생사 여부는 어떻게 된 걸까. 류준열을 대신해 새로운 서영락이 된 오승훈을 통해 그 전말을 들어봤습니다.
 
배우 오승훈. 사진=넷플릭스
 
오승훈, 비교적 낯선 이름입니다. 물론 그의 얼굴을 보면 꽤 많이 어디서 봤던이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최근에는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끔직한 살인을 저지르던 살인마로 등장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바 있습니다. ‘독전2’ 합류는 사실상 그의 첫 번째 메이저 작품 속 메이저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도 떨리고 너무도 감사하고 너무도 행복하답니다. 작품에 대한 격렬한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그에 대한 불호가 거의 없는 이유도 이런 전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전’ 1편을 너무도 좋아해서 실제로 영화관에서 3번 정도 봤었어요. 그런 영화에 내가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고? 정말 꿈이라고 해도 너무 비현실적 이잖아요. 더군다나 류준열 선배가 연기한 서영락을 제가 연기를 한다는 거에요. 나아가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독전의 스토리를 이어 받아서 한다니. 그냥 모든 게 영화 같았어요. 순간순간 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진정성을 담아 연기 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오승훈이란 신인 배우가 진정성 하나만으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들였던 영화의 후속편 주인공을 맡는 단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속편은 1편의 스토리를 단순하게 이어 받은 후속편이 아닙니다. 1편 서사 가운데 중간 부분에 일어났던 설정을 그대로 이어 받은 미드퀄형식입니다. 1편의 톤과 1편의 설정이 거의 그대로 이어가게 돼 있는 겁니다. 오승훈은 이런 부분에 대해 부담 반 기대 반이었답니다.
 
배우 오승훈. 사진=넷플릭스
 
일단 서영락1편에선 류준열 선배가 연기를 했고, 제가 3번이나 이 영화를 봤기에 거의 모든 게 기억이 났어요. 그렇다고 1편의 서영락을 모사하는 건 아닌 것 같았죠. 류준열 선배 서영락의 톤을 이어 받았지만 오승훈의 서영락은 이런 모습으로 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크게 톤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1편의 서영락을 이어 받은 2편의 서영락을 만들어 가는데 집중했습니다.”
 
오승훈이 만들어 낸 오승훈의 서영락에 대한 자신감. 촬영이 들어가면서 생긴 게 아니라 촬영 직전 어떤 사건을 통해 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란 확신을 갖게 됐답니다. 촬영 전 극중 자신과 가장 많이 호흡해야 하는 선배 조진웅과 함께 대본 리딩을 한 적이 있었답니다. 조진웅의 경우 후배들에게 따뜻한 후배 그리고 배역에 몰입하는 강도가 상당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 조진웅이 오승훈의 기운을 북돋아 준 일화였습니다.
 
배우 오승훈. 사진=넷플릭스
 
촬영 전에 조진웅 선배와 따로 리딩을 한 번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그래도 작품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서 너무 걱정도 되고 또 선배님은 독전’ 1편을 고스란히 경험하셨으니. 저도 어떤 조언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죠. 선배께서 오승훈의 서영락을 많이 낯설어 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준비를 진짜 많이 해서 갔거든요. 그리고 선배랑 만나서 딱 한 번 리딩을 했는데, 바로 절 안아 주시면서 이대로 노르웨이 가도 되겠다하시더라고요. 진짜 눈물 나는 거 겨우 참았어요.”
 
독전서영락이란 인물, 기본적으로 외로움 그리고 공허함 그리고 알 수 없는 모호함이 뒤섞인 상당히 다층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오승훈은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이 작품에 합류하기 직전 독전’ 1편을 영화관에서 3번이나 본 이유를 생각하고 파고 들었답니다. ‘독전서영락에게 스스로가 빠져 들어 있단 게 보였답니다.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그 동질감으로 인해 이상할 정도로 촬영에선 몰입이 잘 되는 게 느껴졌답니다. 그 이유는 이랬습니다.
 
배우 오승훈. 사진=넷플릭스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 선수를 했었어요. 나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부상과 수술로 결국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서영락을 보면서 마주하게 된 것 같더라고요. 뭐라고 설명하기 참 힘든 감정인데, 고통스러워도 참고 버텨왔고. 그러다 마지막에 참 허무하게 끝이 난 거 같은. 뭐랄까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서영락의 그런 점이 하나하나 전부 화살처럼 저한테 꽂히는 느낌이었어요.”
 
인터뷰 내내 담담해 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전2’에 대한 혹평은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가 봅니다. 오승훈은 독전2’ 공개 뒤 쏟아지는 혹평과 그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고 있을지 모를 자신을 걱정해 준 선배로 극중 함께 출연한 배우 변요한을 꼽았습니다. 변요한은 이번 2편에서 1편의 고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을 연기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로 독전2’를 함께 하면서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선후배가 됐다고 합니다.
 
배우 오승훈. 사진=넷플릭스
 
형이 며칠 전 제가 아주 긴 장문의 문자를 보내 주셨어요.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흔들리지 마라. 치우치지 말고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함께 응원하고 나아가자라는 내용을 담아서 보내주셨어요. 진짜 너무너무 감동이었고, 이번 인터뷰 자리를 통해서 형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형은 지금도 작업하는 디즈니+삼식이 삼촌에서도 함께 출연 중이에요. 요즘 가장 힘이 되고 고마운 존재를 꼽자면 요한이 형이에요. 형과 함께 한 독전2’ 너무 행복했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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