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첫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후 파리에서 귀국해 검찰에 두 번 자진출두했지만, 결국 첫 조사는 8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검찰을 '하나회'에 빗대 비판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5쪽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을 '하나회'라고 비판하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인기를 끌어 정권을 잡은 윤석열 검찰 하나회가 권력을 잡으니 하이에나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하수인이 됐다"며 "암세포처럼 국가기관을 장악한 검찰 하나회가 민주공화국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 내부 잔치인 2년 전 전당대회 일을 가지고 특수부검사가 인지 수사해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시킨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증거조작, 별건수사, 온갖 협박 회유로 불법을 일삼는 일부 정치화된 특수부 검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묵비권 행사 후 법정 다툼 예고
송 전 대표는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보아야 실효성이 없다"며 "검찰이 100여 회 압수수색으로 꾸며낸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묵비권 행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송 전 대표는 스스로 검찰 소환을 촉구해왔습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두 차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지만 검찰이 조사를 거부하자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송 전 대표가 이번 소환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제가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검찰 소환해달란 것은 주위 사람 그만 괴롭히고 저를 소환해서 빨리 제 사건을 종결하라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으면 기소해서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판사가 중심이 되는 재판을 해야지, 검사가 꾸민 조서대로 따라가는 재판은 전근대적"이라며 "별건수사에 대해선 더더구나 말할 이유가 없고 판사 앞에서 말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 송영길 조사 후 관련 의원 소환 검토
검찰은 지난 4월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돈봉투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9400만원 가량의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하고 이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자금이 송 전 대표의 캠프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또 국회를 통해 폐기물 소각장 확장 관련 인허가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그동안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송 전 대표의 혐의를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돈봉투 수수 의원들에 대한 소환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