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권 부실사태에 대비해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 각종 금융 현안 법안들이 끝내 무산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법안소위원회를 열기 위해여야 합의를 시도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11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는 12일 올해 마지막 법안소위를 열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을 현안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는데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포함해 현재 계류중인 법안들은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전망입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핵심으로 합니다.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을 때 예금보험기금으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자본을 확충해주는 기금입니다.
금융사의 유동성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한다는 취지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과 정부가 각각 발의했습니다. 현행대로라면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안정계정을 통해 금융사 파산 이후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사가 파산하기 전 기금을 활용해 파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올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도입 필요성은 더욱 커졌는데요. 게다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하는 부실 우려가 커지자 방법론 측면에서 신중론을 앞세워 온 야당내에서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확인됐습니다. 금융사의 부실을 미리 막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으로 인한 위기 전염을 차단해야 해섭니다 이에 한국은행 승인 등을 조건부로 내걸면서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앞서 야당에선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정부와 예보의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논리를 들면서 반대한 바 있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유동성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사들에게 대출·지급보증 외에 출자 지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앙은행의 상호견제 역할을 위해 한국은행 승인을 조건부로 내걸겠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자본 마련과 관련해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안정계정을 이른바 깡통계좌에 비유하며 필요시에는 금융안정계정을 꺼내 예금 계좌에서 지급 보증을 하고 손실이 났을 때 추후에 채우는 식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미리 자금을 쌓아놓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는 겁니다.
KDB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조항을 개정하는 산은법 개정안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인데요. 현행 산은법 제 4조는 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격려 간담회를 하고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위한 방안으로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산은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는 건 여야 간 이견도 크지만 야권 내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닏.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 문제가 해결 돼야 (본점 부산 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냈을 때 상생 금융 기여금을 걷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사가 최근 5년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재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