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의 종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종료가 임박했지만 남은 수사는 '산더미'입니다. 공수처 소속 검사는 단 2명만 남았고, 수사력 부족 논란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초읽기로 다가오는데, 구속영장은 청구하는 족족 기각되고 내부 고발 등 내홍까지 겹치며 해결되지 못한 수사만 쌓이고 있습니다.
3년 간 기소 3건·구속영장 발부 0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는 3년 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에 불과합니다. 실제 기소는 8건이나, 한 사건에서 여러 혐의가 중복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3건입니다.
그마저도 재판 결과는 공수처의 기소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검사' 사건과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기록 위조 의혹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입니다.
구속영장 발부는 5전 5패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최근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8월과 이달 7일에 두 차례 기각됐습니다. 지난달에는 뇌물 수수 의혹으로 감사원 3급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월 19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체포영장 발부도 0건…피의자도 소환 불응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잘 발부하지 않는 탓인지, 피의자들은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유독 불응하며 수사 지연을 유발했습니다. 공수처는 총 3건의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모두 기각 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의 소환 통보를 여섯 번 만에 응했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9일에서야 공수처에 출석해 15시간 조사를 받았으나, 대부분 답변을 의견서와 진술서로 갈음한 것으로 알려지며 '윗선'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소환 여부와 시기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고발된 전·현직 검사는 3명인데, 이들도 공수처 소환에 불응하며 버텼습니다. 공수처는 결국 지난달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에 수사를 넘기는 이른바 '공소 제기' 요구 사건도 상당합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부당채용,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계엄 관련 문건 서명 강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비리 사건 등이 그 사례입니다.
인력난에 내홍 겹쳐
앞서 언급한 '표적감사 의혹', 두 차례 기각 사태를 맞은 경무관 뇌물 사건, 실종자 수색작업 중 물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 등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들입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늘 수사력 부족이 제기될 때마다 '인력난'을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공수처 출범부터 함께한 1기 검사들의 잇따른 사퇴로 1기 검사는 13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단 2명만이 남았습니다. 공수처의 인력 한계는 수사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25명인데, 사의 속도 대비 충원이 따라주지 않아 현재는 23명뿐입니다.
얼마 없는 인력들이 힘을 합쳐 수사해도 모자랄 판에 최근 공수처에서는 내부 고발 등 조직 내홍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운국 차장은 김명석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부장검사)이 수뇌부의 정치적 편향성과 인사 전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그를 공무상 비밀 누설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임기가 내년 1월 20일까지 약 40여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주요 수사는 이렇다 할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수처 측은 "내달 지휘부 퇴임 등 변화와 상관 없이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