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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그리고 위니아
입력 : 2023-12-15 오후 4:55:36
한동안 김장으로 바빴습니다. 물론 직접 김장한 것은 아니고요. 이집 저집 김장김치를 얻으러 다니느라요. 운 좋게도 손에 고춧가루 하나 묻히지 않고 새 김치를 얻어먹을 수 있었어요. 김장김치를 먹으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요. 바로 김장철이 성수기인 김치냉장고 회사 위니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요맘때면 위니아 홍보담당자의 목소리가 상기되고 항상 흥분되어 있었거든요. '지금이 성수기'라며 말이지요. 김치냉장고 만큼은 삼성전자, LG전자를 따돌리고 1위를 유지하는 모습은 중소기업도 아이템만 좋으면 저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사례가 됐습니다. 묘한 쾌감을 가져다주기도 했어요. 
 
지금의 위니아는요. 기업 회생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공장을 재가동하고, 주력 제품인 김치냉장고 생산과 판매에 나섰다고 합니다. TV 홈쇼핑에서 위니아 김치냉장고 판매 방송도 있었습니다. 앞서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9월 거래를 일시 중단했고, 신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성수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재가동에 나서면서 막바지 김장 수요를 노리는 대규모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니아는 기업회생절차를 통한 기업 정상화를 조속히 이룬다는 계획입니다. 
 
하얀 배추는 김치양념을 만나 맛있는 김장김치로 거듭난다. 언제부턴가 김치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불문율'이 됐다. (사진=뉴시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인가가 떨어지기 전 M&A(인수합병)하거나 공장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위니아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소기업계 혹은 가전업계에서 전 세계 없던 새로운 영역(카테고리)의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위니아 사례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원 아이템으로 유명해진 후 여러 방향으로 다각화하려 했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대형 냉장고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고, 밥솥을 내놓기도 했죠. 하지만 김치냉장고를 이어 회사의 동력이 돼줄만한 차기 제품이 전혀 없었어요. 위니아가 유명하다고는 하나, 그것 하나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위니아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모기업인 대유위니아그룹의 경영 과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박영우 대표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경영을 잘못해 사과드린다"며 임금체불에 공식사과하기도 했죠. 위니아전자에 이어 동부대우전자를 연이어 인수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꾀했으나 동부대우전자의 명칭 사용 문제로 발목을 잡히면서 인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중국 공장도 문을 닫아야 했어요.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일까요. 성공적인 M&A 이후 회사를 잘 이어가는 회사도 많고, 또 원아이템으로 시작해 라인업을 차근차근 구축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도 많아요. 모든 불운이 겹친 것은 아닐 겁니다. 몰락해버린 기업의 계열사로 끝나버리기에 위니아가 아깝습니다. 한때 위니아의 딤채 김치냉장고는 엄마들의 로망이었으며 (최근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지금도 원조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식 열풍에서 한국 김치냉장고의 원조 위니아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해 보여요. 직접 김장을 담그게 될 날에 위니아 김치냉장고가 건재했으면 좋겠어요. 그땐 꼭 제일 좋은 사양으로 구입할거예요. 위니아의 부활을 기대합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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