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유력한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최근 거래소가 금융당국과 검찰 등과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분야 인사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거래소는 차기 이사장 선임 공개모집 공고를 발표한다고 22일 밝혔습니다. 증권유관기관은 전일 이사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를 개최하고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 공고 일정을 확정했습니다.
우선 현재 후보 물망에 오른 정은보 전 원장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거래소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 등과 함께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을 개최하고 과징금 도입 등 불공정거래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사전 예방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자 시장감시본부를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정 전 원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때 금융위 부위원장 및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올 초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증권선물위원회는 증권·선물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 기업회계 기준 및 회계감리에 관한 업무, 금융위원회 소관 사무 중 자본시장의 관리·감독 및 감시 등과 관련된 주요사항에 대한 사전 심의를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금융위원회 출신 윤창호 사장과 최훈 싱가포르 대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 사장은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 은행과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구조개선정책관, 금융산업국장 등의 다양한 경력이 있습니다. 최훈 대사는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하고 상임위원을 거쳐 지난 2021년 5월부터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에서 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물망에 오른 이진복 전 수석비서관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부산 동래구청장을 거쳐 18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3선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맡았고,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시장감시 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청산결제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면서 "다분화된 전문적인 경력이 있는 분이 선호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곧바로 업계와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으신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을 선호한다"며 "정 전 원장의 경우 워낙 금융위에 오래있었기 때문에 시장이나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정치권에선 이때까지 해오던 관행대로 금융위원회 출신이 내정됐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공개모집 절차는 통상 요식행위이고, 금융위에서 내정해서 내려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최근 후보로 거론되는 정 전 원장, 최훈 대사도 그렇고 윤창호 사장도 다 금융위 출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형식적으론 아니지만 국내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에 있는 수장들 또한 사실상 금융위 인사들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증권거래소가 하나뿐인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모피아'란 특이한 현상이란 설명입니다. 실제 미국, 영국 등의 경우 복수의 거래소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편 손병두 현 이사장은 지난 20일에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후임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왼쪽부터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최훈 주 싱가포르 대사.(사진=각사)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