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최근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나서며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와 달리 올 한 해 동안 일회용품 금지를 확대하고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식당과 카페의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매장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1년간 계도기간을 줬는데, 문제는 1년 후인 지난 11월 24일 돌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에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카페에 일회용품 컵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기도 '플라스틱 제로' 선포…순차적으로 단계 높여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한 정부와 달리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는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1회용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했습니다. 이후 도청 내 카페에선 일회용컵을 없애고 다회용기에 음료를 담아줬고, 밖에서 사 온 음료도 일회용기에 담겼다면 도청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도청뿐만 아니라 도내 31개 시군에서도 1회용 플라스틱 제로 공동선언을 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습니다. 올해는 청사 내 배달 음식에 대한 다회용기 사용을 추진합니다. 도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배달 음식을 주문할 경우 다회용기에 포장을 요청해야 하고, 식사 후 청사 내에 설치된 수거함에 용기를 반납해 앱을 통해 수거를 요청해야 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작년 11월부터 카페, 식당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제한한 법령을 정부가 갑자기 뒤집었다"며 "법령에 맞춰 준비해 온 지자체들은 행정력을 낭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촉구하는 중입니다. 탄소중립에 앞장서기 위해 제주와 세종에서 시행 중인 사업인데, 정부에서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자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회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충남도부터 기업까지 '일회용품 줄이기' 앞장
충남도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도와 도의회, 도 교육청과 공공기관, 도 경찰청까지 앞장선 데 이어 충남도내 대기업 사업장까지 동참의사를 밝혔습니다. 충남도는 도내 대기업 등 14곳과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약을 맺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강원도 춘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키로 했습니다. 빈소에서 사용하는 그릇과 수저, 컵 등이 다회용기로 제공됩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를 비판하며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환경회의는 "정권이 바뀌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돌연 1년간의 참여형 계도로 바뀌었고,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했다"면서 "일회용품 관련 정책은 더더욱 후퇴했고, 일관성 없는 환경정책으로 사회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으로 요구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비닐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