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의 e-프리퀀시 이벤트가 진행되곤 합니다. 프리퀀시를 모아 플래너(다이어리)를 획득(?)하는 것이 연말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된 것 같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이를 사고팔거나, 지인끼리 몰아주기 하는 등 프리퀀시 획득을 위한 여러 부수적인 활동도 벌어졌답니다.
솔직히 저는 이제 좀 시들해졌습니다. 매년 프리퀀시를 모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곤 했으나 지난해부터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에요. 더 이상 다이어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죠. 다이어리에 일정을 입력하고, 메모하는 것 자체가 '올드'한 일로 느껴지고, 다이어리를 직접 들고 다니기 무겁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11월 2일부터 프로모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제조 음료를 구매해, e-스티커 적립을 완성한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했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의 캘린더를 이용하면, 손으로 쓰는 것보다 편리합니다. 일정을 입력하면서 잊지 않도록 알람 설정도 할 수 있고, 한눈에 알아보기도 쉬워요. 가족이나 친지 등과 일정을 공유하기에도 좋습니다.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보다 스마트폰의 일정관리를 이용하면서부터, 힘들게 프리퀀시를 모아 획득한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집에 쌓이기 시작했어요.
가방은 조금 가벼워졌을지 모르지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놓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메모해두고 기억해야 할 문제나, 고민할 거리가 사라져 버렸어요. 고민거리가 없는 게 아닌데 말이죠. 손으로 쓰고 낙서하면서 아이디어도 생겨나고, 각인도 잘 되는 면이 있거든요. 개인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모하면, 동시에 바로 인터넷을 서칭하거나 메신저를 통한 잡담으로 이어지며 진득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잃곤 합니다.
한마디로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 대신 고민의 깊이는 얕아졌고, 생각도 가벼워지고 있어요. 하얀 노트에서 끄적대면서 쓰고 지우고 밑줄 긋고 동그라미 치고…그렇게 생각을 해서 나오는 것들이 분명히 사라진 기분이에요. 삶이 좀 정돈되지 않고, 무질서 해지면서, 짜여진 일정대로만 살아가는 기분이기도 해요.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문제는 문제네요.
다이어리, 다시 써야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