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국내 1위 OTT 사업자 티빙과 3위 사업자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인데요, 수년간 '합병설'만 돌았던 양사가 본격적으로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합병 소식에 드디어 국내 OTT들이 힘을 합쳐 넷플릭스에 대항할 최대 규모의 OTT가 탄생한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물론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나 이용자 점유율로는 티빙과 웨이브 둘을 합해도 넷플릭스를 따라잡기엔 체급 차이가 좀 있습니다만, 각각 국내 1, 3위 사업자가 만나 2위 사업자보다는 몸집을 훨씬 키웠고 두 회사가 만났을 때 '시너지'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죠.
티빙과 웨이브 두 사업자의 구체적인 합병 형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이 최대주주가 되고 웨이브의 모기업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주요 주주가 많습니다. 티빙은 최대주주 CJ ENM을 비롯해 '씨즌'을 인수하면서 KT스튜디오지니가 2대주주이고, 네이버, SLL중앙(중앙그룹 콘텐츠 제작사) 등이 있고, 웨이브는 SK스퀘어와 SBS, MBC, K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주주로 있습니다. SK스퀘어는 SK그룹에 SK텔레콤이 있는데, 업계 경쟁자인 KT의 미디어계열사와 손을 잡는 셈이고, 지상파3사는 JTBC가 속한 중앙그룹의 SLL중앙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알려진 것은 없지만, 사업자들의 성격만 봐도 입장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 전문가들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보다 지분 정리 단계가 더 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공정위 심사 또한 어떤 변수가 나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프로젝트는 아마도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경쟁 상대였던 두 OTT가(한편으로는 글로벌 OTT에 대항하는 동료지만) 정말 좋은 짝꿍이 되려면 지금까지 같이 해온 주변 친구들과 의논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티빙과 웨이브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야 하니까요. 서로의 뜻을 잘 맞춰 양 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