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 동안 가장 기억나는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책과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유튜브에서 봤던 콘텐츠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유튜브 이용률과 시청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우리에게 유튜브 콘텐츠는 익숙한 콘텐츠가 돼가고 있죠. 또 새해 계획을 물어보면 신년에는 꼭 유튜버가 되겠노라 다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콘 인플루언서 라인업.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이제 유튜브, 각종 숏폼, SNS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선망의 대상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콘텐츠를 더욱 많이 소비할수록 그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이것은 곧 권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하고 그들의 입을 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의 제품 사용이나 착용이 완판으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사용과 착용이 더 빈번하게 완판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지상파 채널에서도 인플루언서는 게스트 자리를 지나 메인 자리를 점점 꿰차고 있습니다. 중년 연예인들도 인플루언서의 이름을 지속적으로 언급할 정도입니다. 시상식에서도 인플루언서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트렌스젠더인 풍자는 지상파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기자간담회 자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 신제품을 발표할 때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매체는 언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한 게임사 발표회에서 기자석은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대신 가장 좋은 자리를 게임 BJ들이 차지했습니다. 이들의 콘텐츠를 믿고 따르는 팬덤현상으로 인해 BJ들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블로거가 흥하던 시절에는 블로거가 대접을 받았지만 요즘은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인플루언서들을 더 원하는 세상입니다.
한 이커머스에서 일하는 지인은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만 하면 판매 그래프가 수직 상승한다고 기함했습니다. 덜 유명한 뷰티 인플루언서가 등장해서 화장품을 소개했을 뿐인데 기존 판매 그래프와는 차원이 다른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병원도 이제는 인플루언서를 보고 선택합니다. 치과의사인 지인 역시 유튜브에서의 활동이 치과 매출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합니다. 진료가 끝나면 '팬'이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바야흐로 인플루언서 천하입니다. 대구사이버대는 '인플루언서학과'를 신설했고, 서울경제진흥원은 세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도 대대적으로 열었습니다. 세계 50개국 3000팀의 인플루언서가 참여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연예는 물론 강연, 대회, 광고 등의 지평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분야도 갈수록 확대돼 우리가 속한 일상 속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고요. 연예인들이 정치로 뛰어들었듯 인플루언서가 정치할 날도 머지 않았겠죠? 인플루언서들의 채널이나 계정은 아마도 유산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유명해지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