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 대부분은 올해 국내증시가 상반기 강세 이후 하반기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 확대가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2일 <뉴스토마토>는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2023년 국내 증시에 대한 평가와 2024년의 전망에 대해 물었습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지난해 우리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뒀다고 진단했습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준 피벗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한 해"라며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 관련주 순매수와 개인 투자자의 2차전지 주식 순매수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눈에 띄었는데요.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는 동학개미의 장으로 연초부터 2차전지 업종이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급등했다"며 "그러나 리튬 가격 하락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 2차전지 업종의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상고하저' 전망 지배적
(그래픽=뉴스토마토)
리서치센터장들이 전망한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는 고점 2950, 저점 1900으로 집계됐습니다. DB금융투자가 2950으로 가장 높게 잡았는데요. 유진투자증권도 코스피 상단을 2930으로 제시했습니다. 교보증권은 하단이 1900으로 가장 낮았고 상단도 2500으로 비교적 낮게 잡아 시장을 가장 보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15개 증권사 평균 밴드(미래에셋증권 밴드 미제공)는 하단 2235, 상단 2759입니다.
대다수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증시 흐름을 상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로 예상했습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던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상고하저 가능성이 커졌다"며 "과거 중앙은행의 첫 금리 인하 전까지 지수가 상승했고 인하 후부터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현재 컨센서스인 세 차례 금리 인하(3월, 5월, 6월) 시나리오에 따라 1, 2월은 강한 상고하저를, 하반기 이후엔 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자산 자금 순환으로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 통화정책 변화는 주가에 우호적으로 금리 인하는 경기 경착륙보다 연착륙에 따른 과정으로 본다"며 "물가를 중시하는 연준이 다소 앞질러간 시장의 기대감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과도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겨 급격한 주가 조정 가능성을 낮춰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고하저 흐름이 빠르게 끝난 후 하반기에 다시 반등하는 N자형 상승을 예상한 곳도 있습니다. 황승택 센터장은 "연초 미국 소비경기 부진, 고금리로 인한 신용위험이 부각될 수 있으나 확장 정책 실행 기대감과 중국의 경기개선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증시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며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부터 총수요 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겠지만, 연말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줄고 이익증가율이 커져 지수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 요인과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침체 위험에 따른 우려 요인이 겹쳐 어느 쪽으로 무게가 실릴지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도 "미국이 연착륙하는 가운데 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이라면 증시는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포텐셜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일부 리서치센터장은 반대로 상저하고를 전망했습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에는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로 인한 부작용이 변동성을 자극할 것"이라며 "3월 FOMC가 올해 증시의 변곡점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연말까지 상승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2분기 등락 이후 하반기 강한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미 연준의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고 바닥권에 있는 펀더멘탈이 반등할 여지가 있으나 높아진 컨센서스 부담과 국제 분쟁에 의한 잠재적 인플레이션이 재부각될 위험이 있다"며 "상반기 일시 조정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 대선, 트럼프 당선 대비해야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하반기 미국 대선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정책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국내엔 더 긍정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우선주의, 중국과의 갈등 리스크 재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금 삭감 가능성이 국내 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대응이 요구됩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결국 당선될 가능성이 커 IRA 등 친환경 정책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산 배분에 있어선 주식보다 채권이 유리할 것이란 조언이 많습니다. 윤창용 센터장은 "현재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점과도 많이 닮아있다"며 "가계부채 축소,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안정적 배분, 외화자산 적극 편입, 주식형 자산보다 채권형 자산 비중확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의 잠재성장률 이상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둔화 전망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지지하는 환경"이라며 "이같은 연착륙 시나리오 하에서 자산시장에 가장 큰 도전은 주식 등 위험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평균보다 높다는 것으로, 자산배분 측면에선 현금보다 주식과 채권이 모두 유리하지만,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는 채권은 확대, 주식은 중립"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