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긴축기조가 지속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는 점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국내에서도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만큼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한 만큼, 세부 시행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물가안정을 이루어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선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에 따라 어려움이 높은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그는 "높아진 물가수준과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특히 염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2.1% 및 2.3%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IT 제조업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께서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등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