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2500억원 가량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차주 1111명이 5대 은행에서 빌린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460억원입니다.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이 425명을 대상으로 1141억원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면서 가장 많이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하나은행이 634억원(292명)을 취급했고 국민은행이 592억원(353명), 우리은행 87억원(40명), 신한은행 6억원(1명) 등으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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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에게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면서 차주의 기대 수명과 전 대출기간에 걸친 상환 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이들 고령 고객이 과연 대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에 받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 9월 은행권 현장 점검 이후에도 50년 만기 주담대가 실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후속적으로 개선 조치를 확인하는 등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더라도 주택 매각 등으로 만기 전에 상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전 대출기간에 대한 상환능력을 과도하게 따질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출 차주 입장에서는 초장기 주담대는 만기가 긴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늘릴 수 있어 대출 한도가 높아지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인데요. DSR 규제내에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는 증액되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하는 돈은 줄어듭니다.
일례로 연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금리 4.45%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할 때 만기가 20년인 경우 최대로 빌릴 수 있는 대출액은 2억6400만원입니다. 만기 10년일 경우 1억6100만원, 30년 3억3000만원, 40년 3억7300만원, 50년일 경우 대출한도는 4억으로 만기 20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3억을 대출받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방식을 선택했을 경우 만기 20년일 때는 매달 은행에 내야하는 원리금이 188만9861원이지만, 50년 만기로 늘리 경우 124만7915원인데요. 64만원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대출 취급 후 3년이 지나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차주 입장에선 50년 만기 주담대가 훨씬 유리합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대출 차주들의 주담대 만기 전 상환 관행을 알고 있지만 중도상환을 전제로 대출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설정과 관련해 행정 지도에 나선 바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향후 이뤄지는 현장 검사에서 개선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금이나 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는 아니고 채무상환능력 심사가 미흡한 것 아닌지 따져보고 있다"며 "시정조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도 취급한 대출건도 있는데, 금감원 현장 점검 전에 고객과 체결한 계약건이 실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5대 은행이 DSR규제를 피하는 우회로이자 과잉 가계부채 주범으로 꼽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고령층에게 2500억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