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자구안을 두고 "남의 뼈를 깎는 안"이라고 일축했는데요. 태영건설이 주말까지 다른 대안을 가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원장은 4일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할 방안을 제시하고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른 채권단도 설득해야 하기에 그런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사실상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향후 일정에 대해선 "11일(태영건설 채권단협의회 개최일) 이후에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건 아니고 11일에 어떻게든 끝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밝힌 자구안에 대해 "자기 뼈를 깎아야 하는데 남의 뼈를 깎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당연히 하고 있다"면서 "회장 개인이 보유한 자금이 있고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 있는데 그나마 사용한 자금도 회사 자금만 써 오너 일가 개인명의 자금이 따로 파킹된 것 아닌가 하는 채권단 의심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날 태영건설은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설명회에서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에 관한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알짜 계열사 SBS를 보유한 TY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쓰면서 워크아웃 이행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해당 돈이 지난 29일 만기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상거래채권 결제에 쓰일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태영그룹 측은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담보 채권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습니다.
태영건설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451억원어치는 협력사가 이미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이라서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워크아웃 신청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것입니다.
이 원장은 "외담대가 금융채권은 맞지만 외담대가 운영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질 않는다"며 "과거에도 전례가 있고, (외담대가 금융채권이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약속을 지키지 않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태영건설의 미온적인 자구안 이행 의지에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강 회장은 "태영 측은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