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 (사진=픽사베이)
신년을 맞이해 운세를 보러갔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신점을 봤어요. 평소에 심심풀이로 온라인 운세정도로만 봤거든요.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이런 저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동료 기자가 평소 가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인천까지 따라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은 제가 생각하던 느낌은 아니었어요. 신점이라고 하면 화려한 옷(주로 빨간색 한복)을 입은 무당이 양옆에 황금 조각상을 두고 기운을 내뿜을 줄 알았죠.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입장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했습니다. 보통의 철학관 같았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그분은 종이에 한자를 썼습니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제 인생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하더라고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얼추 맞았기 때문이죠! 휴식 후 본격적인 풀이에 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말을 중심으로 해줘서 긴장감은 금세 풀 수 있었어요.
제가 살아온 이야기나 관계에 대한 고민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자 정확하지는 않아도 기가 막히게 풀이를 해주었습니다. 조언도 곁들면서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 싶으면서도 으레 그렇게 파악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들더군요.
세상의 '예언가'라고 불리는 사람은 실은 인과관계를 찾는 능력이 빠른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사에 기민하고 예민하게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다보면 그 후의 수가 보이는 것처럼요. 어떤 사람을 보고도 예민하게 그의 삶의 흔적이나 성격, 태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점이나 사주는 그 자체를 두고 믿는다, 믿지 않는다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내담자의 믿고싶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나 상담 등에 대해서 터부시 된 한국에서 민간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게 바로 점사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지난해 타로카드를 하나 구입해 지인들에게 종종 점을 봐주곤 합니다. 영험한 신력이 깃들었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고요. 일종의 콘텐츠로서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대화를 좀 더 원활하게 도와주는 도구로도 제격이더라고요. 지인의 고민이나 생각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좋은 수단입니다. 아직까지 모종의 신호를 예민하게 읽는 능력이나 통찰력은 더 길러야겠지만요.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