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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부당이득 없는데 담합? 공정위 제재사례 보니…
2008년 '수익보전 목적' 담합 행위로 과징금
입력 : 2024-01-10 오후 2:54:0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담합한 혐의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는데요. 경쟁자 간 정보교환으로 자율 경쟁을 저해했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은행 담합행위에 과징금을 매긴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부당이익을 취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정보교환' 문제 삼는 첫 사례 주목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하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말까지 시중은행 조사를 마치고 이들 담합 행위 관련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습니다. 공정위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담보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담보인정비율(LTV) 등 거래조건을 담합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LTV을 낮게 책정하고 대출을 적게 내줬다는 겁니다. 농협 등 정보 공유에 가담하지 않은 은행의 LTV는 4대 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금융 분야 경쟁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말부터 은행권의 담합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당시 여신 담당 부서에서 예대 금리와 수수료 담합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수확이 없으면서 그해 말 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심사보고서에 대출금리 담합 의혹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통상 대출 한도를 높게 잡고 대출금을 많이 내줄수록 은행에 이익이 되는데, 공정위는 이와 무관하게 '정보교환' 그 자체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2021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는 시장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정보 교환을 위법성 요건이 충족한 담합으로 보고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제재가 부과되면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정보교환 자체 만으로 문제를 제기한 첫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무에서는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은행 뿐 아니라 지점차원에서도 정보교환을 할 유인이 없다"며 "LTV는 자체 내규가 아닌 정부 규제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보교환을 '타행 동향 수집'까지로 정의하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보고서에 4대 은행에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와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정위가 은행들의 법 위반 행위를 심각하게 평가한 데 따른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담합과 관련한 최대 과징금을 관련 매출의 20%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부당이득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앞서 공정위는 은행권에 대해서 지난해부터 대출금리 담합 등 조사를 진행했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무리한 논리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공정위가 은행을 겨냥한 담합 조사에서 성과를 거둔 사례를 보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공정위는 민·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 수수료 신설과 금액을 담합했다며 5개 은행에 18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국민·신한 등 8개 은행이 '뱅커스 유산스 인수수수료' 신설과 금액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날 총 77억3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은행들이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와 뱅커스 유산스 수수료를 신설한 것을 두고 "수익감소를 보전할 목적으로 담합한 것"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일부 은행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두 사건 모두 공정위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당시 은행들은 "은행 상품의 동질성은 여타 산업보다 커 소요되는 비용도 각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며 "손실보전 차원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신설한 수수료"라고 반발했습니다.
 
다만 이번 담보대출 정보교환 건의 경우 해당 행위로 인해 초과 이율 등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때문에 제재 절차에 있어서는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공정위의 제재 결과가 항소심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법 개정 전인 지난 2011년 공정위는 생명보험 사업자 16개의 예정이율·공시이율 등 정보교환에 대해 과징금 3630억원을 부과했는데요. 2014년 대법원은 "정보교환 그 자체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아니다"라고 공정위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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