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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베끼기 관행 줄인다…불씨는 남아
거래소 정성평가 반영…새 규정 내달 1일 시행 예상
입력 : 2024-01-11 오후 3:11:25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이른바 '카피 ETF'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ETF 베끼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 기존의 ETF 신상품 보호제도를 개선했는데요. 다음달부터 ETF 상장을 심사할 때 정성평가를 적용하는 개편안이 시행될 계획입니다. 다만 운용업계에서는 개편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TF 베끼기 논란 커지자 제도 개선 나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의 후속조치로 현재 규정을 개정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직상장 내용이 담긴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를 통한 혁신상품 개발지원안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현재 한창 작업 중으로 새로운 보호제도는 2월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독창성 있는 ETF의 경우 유사상품 상장을 6개월간 제한하는 보호제도는 지난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때 독창성 판단의 기준은 기존 상품과 기초지수 구성종목 중복비율이 일정 수준 미만을 만족하면 되는 정량 평가였습니다. 이 정량 평가기준을 정성평가로 바꾼다는 방침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 상품의 창의성과, 투자자에게 돌아갈 추가적인 혜택 등을 고려해 정성평가에 나설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에 등장한 만기매칭형 ETF의 경우, 기존 ETF는 만기가 없는데 만기매칭형이란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진 것으로 이런 상품은 6개월간 유사상품 상장을 막는 신상품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TF 시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먼저 출시되면 비슷한 상품이 뒤따라 나타나는 베끼기 논란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다만 지난 몇 년 새 기초자산의 성격이 세밀해지면서 베끼기에 대한 지적이 더 많아졌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주로 담은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를 출시했습니다. 상장 당일 개인들이 8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3개월 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 TIGER 2차전지소재Fn ETF를 선보였습니다.
 
전체 ETF 시장의 77.1%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40.25%)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89%)이 같은 테마 상품을 내놓으면 중소형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형사들만 중소형사를 따라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4월엔 삼성이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기초지수로 삼은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상장시키자 그해 11월 미래에셋은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를, 지난해 3월엔 한화와 NH아문디가 ARIRANG KOFR금리, HANARO KOFR금리액티브(합성)를 출시했습니다.
 
테마 ETF 카피 논란 이어지나…제도개선 실효성 '별로'
 
운용업계의 베끼기 논란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이 기존의 신상품 보호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베끼기 논란에서 지적된 비슷한 구성종목을 담은 ETF는 새로운 제도 하에서도 보호받지 못할 전망이라는 사실입니다. 거래소는 테마 ETF를 신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테마를 가지고 보호 신상품으로 지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초자산만 달라지는 거라서 신상품으로 보기 어렵고, 또 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유사 ETF가 많이 생겨야 경쟁하면서 수수료가 낮아져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경쟁을 막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과 업계에서 문제 삼은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변경된 기준에 대해)정확히 구분해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금융투자 영역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베낀다는 개념은 항상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새로운 특정 테마로 인해 베끼기 논란이 생기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제도개선이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테마라는 것도 이미 존재했던 콘셉트에서 포트폴리오만 다소 바꾼 것으로 어떻게 보면 이 또한 베껴서 만든 신규 ETF라 신상품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기존 제도 하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도개선이 대단히 유의미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중소형 운용사의 반응은 또 다릅니다. 당국의 지침에는 따르겠지만 보수 인하 경쟁으로 인한 부담을 토로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월배당 ETF를 두고 운용사들간 보수경쟁이 벌어졌는데요. 미래에셋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0.03%로 인하하자 신한운용이 0.03%로 내렸고 뒤이어 한투운용도 0.01%로 크게 낮췄습니다.
 
중소형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보수 경쟁이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해 마케팅과 인력, 재정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이 붙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형사가 0.05% 보수로 만든 상품을 대형사가 0.01%로 내놓으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중소형사도 있었습니다. 다른 중소형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먼저 출시했는데 소형사가 초저보수로 내는 경우도 많다"며 "보수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부분인데 그로 인해 중소형사만 피해를 본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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