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 보면 가끔 영문 기사를 읽습니다. 요즘과 같이 비트코인이 모든 이슈를 빨아먹은 상황에선 특히 영문 기사가 중요합니다. 비트코인은 해외에서 더 싶도 깊은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외신을 한국어로 옮기다 보면 문장이 어색해 요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언어의 차이를 여실히 느끼는데요. 특히 대명사에서 차이가 많이 보입니다. 영어에서는 he, she, it 등 3인칭 대명사가 난무하지만 한국어 문장에선 그, 그녀 등을 많이 찾아볼 수 없죠.
한국어에서 3인칭 대명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반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어의 he나 she를 번역하면서 '그'라는 대명사가 많이 쓰이게 된 것입니다. 1931년 9월부터 11월까지 동아일보에서 '젊은 그들'이라는 소설을 연재한 김동인이 '그'를 사용했는데요.
작가 김동인은 '문단 30년의 자취'를 통해, "또한 우리말에는 없는 바의 He며 She가 큰 난관이었다. 소설을 쓰는데 소설에 나오는 인물을 매번 김 아무개면 김 아무개, 최 아무개면 최 아무개라고 이름을 쓰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여서 무슨 적당한 어휘가 있으면 쓰고 싶지만 불행히 우리말에는 He며 She에 맞을 만한 적당한 어휘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죠.
그렇다면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번역의 탄생'(이희재 저)이란 책을 보면 영어에서 나온 대명사는 그 대명사가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바꿔주라고 알려줍니다. 한국어는 인칭 대명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일상 회화 속에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설명인데요. 대명사를 명사로 바꾸거나 딱히 없어도 되는 대명사는 과감히 빼라고도 조언합니다. 반대로 영어에선 대명사를 안쓰고 계속 명사만 고집하면 글이 유치해 보입니다.
한국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유념해야 할 조언입니다. 글을 읽는 독자는 남녀노소 모두 한국인일 텐데 영어식으로 대명사가 죄다 들어간 문장은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문장이죠. 한국인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번역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글을 다루는 사람에게 필수입니다.
앞으로 영문 기사를 읽을 때 대명사에 더욱 유념하겠습니다.
여의도 전경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