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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후보들 공약 '제왕적 조합장' 감싸기 일색
연임 제한 폐지하고 업무용 자동차 지원 등
입력 : 2024-01-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오는 25일 치러지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경제·금융지주 산하의 30여개 계열사와 10만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는 '농협 최고권력자'인데요. 문제는 다수 후보가 표심을 얻으려 제왕적 조합장을 보장하는 등 구태 공약을 들고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점인데요. 농협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합장 표심 노린 후보들 공약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농협중앙회 선거는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지는데요. 지난 2009년부터 대의원 300명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이 올해부터 조합장 직선제로 바뀝니다.
 
전국 농·축협 1111곳의 조합장이 투표권을 갖게 되는데 조합원이 3000명 이상 보유한 141곳은 부가의결권(추가 1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총 투표수는 1252표에 달하는데요. 조합장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치열한 가운데 선심성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가 나옵니다. 
 
적지 않게 눈에 띄는 공약은 조합장 임기 보장입니다. 송영조 후보(기호 6번)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조합장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합장 연임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횡성보 후보(기호 1번)도 조합장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필요하다며 연임제한 폐지를 약속했고, 정병두 후보(기호 8번)는 상임 조합장 3연임 제한 폐지을 공약으로 내놨습니다.
 
조합장 보수에 대한 접근도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으로 꼽힙니다. 지역농축협과 해당 조합의 여건과 조합원 농민들이 다뤄야하는 사안인데, 중앙회가 조합장 보수까지 언급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호동 후보(기호 2번)의 경우 조합장 보수와 위상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직원 최고연봉의 120%로 연봉 하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정활동비 월 100만원 지급, 중앙회에서 업무용 자동차 지원, 조합장 직무정지제도 최소화 등을 공약했습니다.
 
송영조 후보 역시 조합장 급여가 조합 내 최고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하고, 횡성보 후보(기호 1번)도 조합장에 대한 공정한 대우 보장을 이유로 농축협조합장 보수체계 개선을 내걸었습니다.
 
또한 중앙회장 후보들은 농협경제지주와 계열사 경영진에 조합장 참여 확대에 대한 공약을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경제사업 총괄 부회장직(조합장) 신설입니다. 다만 현행 농협의 경영 체계에서 경영진에 조합장 몫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협 내부개혁은 '뒷전'
 
다수의 후보자들이 조합장 연임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조합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무시한 채 농축협이 특정인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협 안팎의 시각은 곱지 않습니다.
 
조합장은 생산물 판매와 유통의 결정권, 예금과 대출 같은 신용사업의 집행권, 직원 임면권까지 쥐고 있는데요. 제왕적 권력을 가진 조합장들이 장기집권하면서 곳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횡령, 특혜성 대출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행 농협법 48조에 따르면 조합장의 임기는 4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상임인 경우 조합장은 두차례 연임할 수 있어서 최장 12년 동안 재임할 수 있습니다. 지역농협의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일 경우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장기 재임이 가능합니다.
 
이렇다보니 3선 이상 조합장은 전체의 30%가 넘고, 10선 이상을 한 조합장도 있습니다. 3선 이상 조합장들이 비상임 조합장 제도를 임기 연장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장기 연임 부작용을 우려해 비상임 조합장에게 1회 연임만 허용하는 등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수협과도 대조됩니다.
 
조직도상 비상임 조합장은 임원들의 의사수렴이나 대외교류·복지후생 정도를 맡고,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가 농산물 유통·판매부터 금융사업과 관련한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돼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비상임 조합장 대부분은 직원은 물론 상임이사, 상임감사 인사를 결정짓는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에 참여하고 있고, 인추위 7인중 2인을 측근들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조합장에 맞설 수 없는 구조인데다 연임 제한조차 없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비상임 조합장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조항에 발목이 잡혀 법사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농협법 개정안에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조항 외에도 농업계 숙원이라 할 만한 개혁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 제한을 비롯해 △도농상생지원자금 조성·운영 △회원조합지원자금 운영 투명화 △농협 계열사 명칭사용료 상향 등이 담겨있습니다.
 
오는 25일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사진=농협중앙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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