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는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유예를 요청했습니다. 앞서 2021년 1월 법 제정 당시 3년 유예를 적용받았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재차 유예를 촉구, 노동자들의 안전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영세기업 살얼음판"…윤 대통령, 경영계 주장 '되풀이'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3년 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 준비 기간을 준다는 의미로, 2022년 1월27일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또다시 2년 유예를 촉구해 왔습니다. 경영계 입장만 반영되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서 관련 법은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제1당으로 있는 국회를 비판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취약 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노동계를 의식한 듯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입구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이 50인 미만 적용유예 연장 폐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국회에 책임 전가…노동계 반발 불가피
윤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며 "가뜩이나 지금 영세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돼서 중소기업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들과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이제 겨우 열흘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전했습니다.
노동계는 현행법 준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때 이미 50인 이상 사업장에 1년,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의 유예 기간이 부여됐기 때문에 현장에서 받아들일 준비 기간이 충분했다는 논리입니다. 때문에 또다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게 될 경우 법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데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 또한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해졌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