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3일(현지시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된 데 이어 북러가 초밀착에 나서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러와 한 축을 형성한 '중국의 역할론'은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보가 신냉전 구도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푸틴 방북 초읽기…북러 '전방위 밀월'
대만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미중의 갈등이 더욱 표면화되고 있는데요. 북한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했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최 외무상의 방문에 맞춰 북한을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부르며 "모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러 간 대화와 협력이 모든 수준에서 계속될 것이라고도 전했습니다.
특히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북한 방문을 희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양국 간 밀착 행보가 가속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머지않아 직접 북한에 갈 가능성이 큽니다. 방북 시기는 오는 3월 러시아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최근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전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북러 간 군사 밀착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시 북러 최고 지도자 간의 만남을 통해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인데요. 이번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러 간 추가 무기거래, 군사기술과 관련해 논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추가 무기 수급을 위해 방북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는 오는 18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의 무력 도발과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내 정원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북아 정세 키 쥔 중국…미 대선이 변수
북러 양국이 초밀착 행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향후 국제정세에 미칠 중국의 역할은 더 커진 분위기입니다. 중국의 행보에 따라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더욱 격화되거나,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경제적 수단을 동원할 경우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의 반대 세력에 있는 북한, 러시아와의 밀착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러 밀착 관계에 중국까지 더해지면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는 공고해집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국이 대미 관리에 나설 경우 양국 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습니다. 북러 관계를 고려한 중국이 균형 외교 차원에서 한중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대치나 갈등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대만을 포함한 국제정세는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안 갈등에 북러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해도 현 신냉전 구도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중러 3자의 연대로 발전되고 있지는 않지만 중러와 북러, 북중 간 연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며 "특별히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