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부작용 차단 조치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한시적 금지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정작 대안을 마련 중인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는 두 달째 공전 중입니다.
전산시스템 구축이 관건…실시간 감시 두고 이견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11월6일 공매도가 전격 금지된 이후 두 달가량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논의의 핵심인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개인과 유관기관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고 적발하는 전산시스템이 구축돼야 공매도 제도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라며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다시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을 근절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이 공매도를 재개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관리하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현물 보유분,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가능 권리 등을 입력·전산화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달 금융감독원과 거래소는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업계 등과 함께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TF를 구성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전산시스템 적용 방안을 논의하는 TF입니다.
다만 지난달 거래소에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유관기관 사이의 뚜렷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실시간 불법공매도 감시 시스템 마련을 주장했습니다. 이미 2018년 금융위가 실시간 주식 잔고 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에 맞춰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하지만 거래소는 당시 금융위 개선안도 정확한 잔고 파악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TF 출범 두달, 결과물 없어
(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양태영 거래소 본부장, 조성일 예탁원 본부장, 이종기 코스콤 본부장, (뒷줄 오른쪽부터) 서재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장, 한승수 모건스탠리증권 대표이사,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이동훈 NH헤지자산운용 대표이사,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이사,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장, 박의현 안다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진=금융감독원)
전산시스템 구축을 두고 개인 투자자와 유관기관의 눈높이가 달라 어디까지 전산화를 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형국입니다. 관련 TF가 구성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마땅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유관기관이 낸 합동안에 적힌 것은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까지 구체화해야 된다"며 "추가적으로 더 할 수 있는 부분과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현재 TF에서 작업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거래소도 먼저 협의점이 마련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단 입장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기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 이상"이라며 "어디까지 전산화 하는 것인지는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매도 없는 시장 우려…'총선용' 의구심 증폭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하는지 구체적인 범위도 미정인 상태에서 공매도 금지 기간만 길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금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 증시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은 투자시 헤지 거래를 적극적으로 병행하는데 이 때 공매도와 선물 거래가 활용됩니다. 즉 현재 국내 증시에선 주요 헤지 거래 수단이 하나 사라진 셈입니다.
시장 내에서 작동하던 공매도 순기능이 완전히 배제된 데 데한 우려도 큽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는 과대평가된 주식에 대해 적정가격을 찾아가게 해주고, 증시 과열을 방지하는 등 시장 조성자로서의 순기능이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공매도는 주가 조작 세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제도를 빠르게 정비해 다시 살릴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이 "확실한 부작용 차단"을 언급하며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측면도 있습니다.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개인들이 요구한 실시간 감시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약 이번에 구축하는 전산시스템에서 실시간 감시 기능이 빠진다면 개인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반쪽짜리 시스템이 되는 셈인데, 이것이 대통령이 강조한 '확실한 조치'인지를 두고 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윤 대통령의 이번 공매도 관련 발언이 총선용 립서비스 같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총선용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한 것이 강한 긍정처럼 느껴졌단 의견도 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굳이 왜 이 시점에 그런 말은 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충분히 검토를 하고 관련 제도 정리를 한 이후 나중에 확정적으로 정해졌거나 가이드라인이라도 나와서 금융위원장의 입을 통해 말하는 게 맞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