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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한동훈과 부산의 '1992'
입력 : 2024-01-20 오전 6:00:00
느닷없이 ‘1992’가 화제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했을 때 ‘1992’라는 숫자가 가슴팍에 큼지막하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은 ‘부산시민을 향한 센스’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엑스포 유치 실패로 화난 부산 민심을 어떻게든 달래고자 과장에 과장을 더한 것”이라며 맞불을 놨습니다.
 
1992. 부산 사람들에게는 가슴 저리는 숫자입니다.‘1992’라는 숫자는 부산 연고지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연도입니다.
 
부산의 피멍울 '1992'
 
2024년 프로야구 시즌은 아직 개막을 하지 않았으니, 롯데자이언츠는 1992년 이후 31년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야구라는 것을 알기 시작할 때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치면, 9살 어린이가 40살 중년이 된 지금까지 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산 MZ’세대들은 자이언츠의 우승이야기는 그냥 ‘전설의 고향’일 뿐입니다. 
 
그나마 저는 다행입니다. 2번 모두 우승을 '직관'했으니까요.
 
자이언츠는 1982년 프로야구 창단 멤버입니다. 부산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롯데자이언츠보다 구단의 그룹 이름인 롯데를 빼고 그냥 ‘자이언츠’로 부르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42년 역사에서 1984년과 1992년 딱 2번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습니다. 기아타이거즈(해태시절 포함) 11번, 삼성라이온즈(8번), 두산베어스(6번) 등에 비하면 원년 멤버팀 치고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1984년에는 최동원(2011년 작고)이 한국시리즈 7차전 가운데 5번을 등판해 4번 이기며 첫 우승을 안았습니다.
 
1992년에는 염종석(현재 동의과학대학교 야구부 감독)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염종석은 정규시즌 17승을 거둔 뒤 한국시리즈에서도 활약하며 자이언츠의 우승을 견인했습니다.
 
올 시즌은 가망이 있느냐. 부산 출신이 볼 때 가망없습니다. 올해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해 희망을 부풀리고 있지만, 최동원이나 염종석처럼 특별한 ‘레전드’가 보이지 않는 마당에 다시 한번 마음에 상처만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제 전망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함부로 '1992' 쓰지 않았으면
 
한동훈 위원장은 1992 티셔츠에 대해 ‘부산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부산지검 근무시절 사직야구장에서 ‘분홍색 봉다리’를 쓴 사진도 제시했구요.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부산 야구팬에 대한 조롱으로 읽힌다”고 했습니다.
 
두 분 모두 부산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부산사람의 성정과 지방색도 몸 속에 녹아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치판에서 선거에 이기려면 어떤 이미지를 들고 나오는 지도 압니다. 그런데 하나만 부탁하자면 ‘1992’라는 숫자는 정치판에서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숫자는 그냥 부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가슴의 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는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LG트윈스가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오승주 사회부장
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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