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회를 다닙니다. 일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교회에 가면 헌금을 합니다. 교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선 성도들의 헌금이 필요합니다.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내기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 기독교는 조금 이상합니다. 가장 이상한 부분은 십일조입니다.
십일조란 버는 수입에서 십분의 일, 즉 10%를 교회에 내는 것입니다. 십일조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누구는 내야 한다, 누구는 안내도 된다 서로 입장이 다릅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하자면 교회에 십일조를 내라고 써있는 성경 구절은 없습니다. 그래서 전 십일조를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독교 문화에선 십일조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입니다. 십일조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수많은 이유를 조목조목 적어놓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십일조는 믿음의 척도입니다. 십일조를 내냐, 내지 않느냐를 가지고 믿음의 강약을 나눕니다.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십일조를 내면 부자가 된다, 복을 받는다, 천국에 갈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부자가 되고, 복을 받고, 천국에 가기 위해 수입 십분의 일을 교회에 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상합니다. 교회를 운영하기 위함이 아니라 본인이 뭔가를 얻으려고 돈을 냅니다. 용어만 치환해 생각해보면 투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국내 금융사 부실 원인으로 최근 자주 꼽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떠오릅니다. PF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헌금을 하는 십일조. PF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너무 종교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현금을 줘야 눈이 부신 사후세계에 입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상대를 PF 투자자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도 못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 전경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