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조 단위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에 KB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3인방이 뭉쳤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 당시에 참여했던 세 회사가 다시 모인 셈인데요. 대기업 계열사 상장을 주관하는 데는 은행이 중심인 금융지주의 증권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조단위 대어 HD현대마린…금융지주 증권사 함께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2월13일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장 후 시가총액을 3조~4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IPO에서는 89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4445만주입니다. 현재 4000만주가 발행됐기 때문에 구주매출이 절반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는 KB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합니다. 모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입니다. 나머지 주관사들은 외국계로 대표 주관사에 CS증권, JP모간, UBS증권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KB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 IPO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는데도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함께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 주관사로 참여한 것입니다.
대기업 계열사 IPO, 은행지주 증권사 '유리'
증권업계는 대기업 또는 그룹 계열사의 IPO를 주관하는 데는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계열 증권사가 유리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업들과 주거래 은행 사이엔 이미 관계가 형성돼 있어 해당 은행 계열의 증권사에게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대기업들은 특히 지난해에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을 많이 찾았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36조4284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30조9676억원(29.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이 9.6%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큽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들이 은행을 많이 찾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은행들도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과 건전성 리스크 관리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 영업을 강화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시장금리가 많이 하락해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으로 눈을 돌릴 전망입니다. 회사채 발행에 관심이 쏠리면 부채자본시장(DCM) 업계 1위인 KB증권이 그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한투자증권도 김상태 대표 부임 이후 DCM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올해 주식자본시장(ECM)과 DCM을 강화했습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일반적으로 독립 증권사보다는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기업이 상장한 뒤에도 차입 등이 필요한 때가 있을 텐데 아무래도 은행 계열이면 금리나 심사에 있어 조금 더 우대 받을 수 있고, 또 채권을 발행해도 KB증권이 DCM 선두라는 점도 작용했을 거고, 여러가지가 겹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엔솔 때 함께한 3사, 이번에도 함께
KB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3사는 과거 LG에너지솔루션 IPO 때도 함께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KB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은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습니다.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은 인수회사였습니다. 이외에도 대신증권이 공동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이 인수사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당시 K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주관사를 맡았던 배경에 LG그룹 일가 사위인 김현준 KB증권 PE사업본부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놓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26일 상장하는 현대힘스의 주관사로서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에도 참여할 수 있을 거란 예측이 있었지만 결과는 KB증권의 주관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주관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여러가지 있지만 아무래도 은행들이 대기업들과 거래가 많으니까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IB 관계자도 "은행지주 증권사 세 곳으로 딱 정해지긴 했다"며 "평상시 회사채 인수 등과 같은 부분을 은행에서 활발하게 하니까 아무래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