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 A씨 아버지는 주거래 은행에서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나이는 94세. 보청기 착용을 한 데다 치매 초기증상이 있었습니다. 은행원이 시키는 대로 따르니 A씨 아버지의 투자성향은 초고위험등급으로 바뀌었습니다. A씨는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며 내일 모레 100세 노인 등에 칼을 꽂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 300여명이 모여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성토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장한 피해 사례를 보면 은행원이 ELS를 원금손실의 위험도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하거나 '나라가 망하지 않는한 안전하다'고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외환파생상품(KIKO),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문제가 반복된다며 은행들이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원금보장이 기대되는 은행권이 파생금융상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판매자·가입자 모두 전문성 부족 △적합성 원칙 위반 △적정성 원칙 위반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은행 PB센터 등 은행권에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대다수의 직원은 경력의 대부분을 여수신업무에 종사하던 자들이어서 주식, 채권, 선물, 부동산 등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기 힘들고 단지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채 자격을 획득해 금융상품 판매 업무에 종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고객 역시 대부분 은행거래 위주의 금융거래 경험밖에 없어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며 "피해경험이 없는 고객들은 은행이 권유하는 금융상품과 정기예금과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여 살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 피해자들이 빼곡히 참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