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출신 인사를 각각 영입하면서 대기업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중소기업 관련 인재 영입은 뒷전입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서야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인물을 정치권에서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반월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우리나라 기업 중 중소기업 수는 99%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여야는 인재영입에서 대기업 출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민생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산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관심은 유독 대기업에 쏠리는 모양새인데요. 이로 인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소기업 관련 인물은 총선 직전인 3월께 발탁돼 왔습니다. 이번에도 이변 없이 3월쯤에서야 명단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예상합니다. 이같은 '순서'를 두고 한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략공천을 하는 시기여서 상징적인 기업으로 삼성과 현대 인물을 택한 것 같다"면서 "그동안 중소기업 관련 인물들은 주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에 아직은 비례대표 순서가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국민들이 잘 아는, 그래서 파급력이 큰 기업 인물을 위주로 영입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영입했을 때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례처럼 이어지는 이같은 수순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고용의 81%를 차지하고, 대기업은 소수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 저변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대변할 만한 인물을 앞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소기업 관련 연구를 해온 한 연구위원은 "총선에서 중소기업은 주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소기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국회에 입성하면 중소기업계 입장을 잘 헤아려서 대변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관련 인물을 발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분석했습니다.
소상공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인재 발탁이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현실이 반영된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려면 현장을 아는 사람들을 영입해야 한다. 현장을 많이 안다는 것은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라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들러리로 세워놓는 것은 '민생경제'가 아닌 '민생실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여전히 정당은 국민들과 괴리가 있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책이 현실과 괴리가 커 유명무실했던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성장방식이 바뀌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때"라며 "대기업 인재는 다양한 성장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보호의 영역도 있지만 성장의 영역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성장을 이끌어 낼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