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함께 찍힌 필름 카메라 인화 사진.
재작년 생일에 필름카메라를 선물받았습니다. 사진 촬영은 필름 구입이 귀찮아 미루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필름을 구입해 드디어 서른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어요. 이번 주말 그동안 찍은 사진을 인화했습니다. 동네 사진관에는 필름 현상 및 인화해주는 곳이 없더군요. 버스를 타고 연남동으로 향했습니다. 사진 스캔에 인화까지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금세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웬걸. 사진 오른쪽 모서리마다 손가락이 찍혔습니다. 카메라를 잡은 손이 렌즈에 걸렸나 봅니다. 심지어 필름을 감을 때 실수를 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찍은 사진은 완전히 타버렸습니다. 그 전에 찍은 사진들도 주홍빛 색으로 일부는 탔고요.
필름카메라 초보자의 실수였습니다. 유치원생 때인지 초등학생 저학년 때 쯤인지를 마지막으로 필름카메라는 쓴 적이 없었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필름카메라를 만져본 건데, 서툰 조작에 사진을 아깝게 날렸습니다.
그래도 건진 사진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토이카메라'라서 화질은 그닥이지만 당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담겨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휴대폰 카메라는 여러번 찍을 수 있고,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보니 피사체가 되면 다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는데요. 필름카메라는 '쿨'하게 한방에 찍고 끝나니 피사체도 '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물성이 있는 사진이라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스마트폰 갤러리에서는 언제든 사진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싸이월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그곳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들도 사라졌듯 데이터로 남아있는 사진은 언제 사라질지, 어디로 보관해야할지 애매하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클라우드에 저장한 몇몇 사진은 '디지털 풍화'를 맞고 사진이 일부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인화한 사진은 제 손에 잡힙니다. 디지털시대지만 아날로그 매체야 말로 오래 살아남는 아이러니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