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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의 상시화
입력 : 2024-01-24 오후 5:56:59
올해 초 증권업계의 신년사 화두는 '리스크 관리'였습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도 대내외 환경이 쉽지 않을 것임을 전망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 허선호 각자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에 만연한 리스크 불감증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투자와 경영의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시장의 흔들림에 굴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며 "빠르게 회복하고 개선해야 자본시장에서 신뢰받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라덕연 사태부터 영풍제지 하한가, 증권사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죠. 1년 동안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금감원 검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겪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한 한 해였으니 업계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입니다. 증권업계의 CEO 선임, 조직 개편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혔죠. 
 
그런데 증권업계의 리스크 관리가 과연 어제 오늘만의 일일까요? 수 년 전에는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로 폭풍이 휘몰아쳤고, 주가 조작 사건은 잊을만 하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8년 삼성증권에는 주식배당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죠. 
 
업계는 매번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사고가 터진 후에 말입니다. 리스크 관리라는 것이 기한이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도 아닌데, 시간이 좀 지나면 또 사고가 발생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자본시장의 리스크 관리는 신년사에서, 취임식에서 써먹기 좋은 그럴싸한 얘기가 돼서는 안 됩니다. 사업자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후 최근 금투업계는 '내부통제 표준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지만, '꾸준히'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내년 신년사에서 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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