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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농협중앙회장 탄생…숙제는?
1중앙회 1지주 실현 방안 관심
입력 : 2024-01-29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17년 만에 직선제로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됐지만 '농협 개혁'은 뒷걸음질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말이 직선제이지 조합원이 아닌 조합장 중심의 투표다보니 당선자 공약도 조합장 권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강호동 새 회장, 제왕적 조합장에 더 큰 권한 부여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결선 투표 끝에 781표(득표율 62.3%)를 얻어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농협경제·금융지주 산하의 30여개 계열사와 10만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는 '농민 대통령'이 선출된 것인데요.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직선제로 치뤄졌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선거에서 당선 확정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농협회장은 1961년 농협은행과 농협의 통합으로 농협중앙회가 출범할 때부터 정부가 임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사회 전반의 민주화 바람에 힘입어 농협회장 선출도 회원조합장 선거로 가능하도록 법개정이 이뤄졌는데요.
 
그러다가 직선제로 첫 당선된 1대 한호선 회장과 2대 원철희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3대 정대근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난 2009년 다시 농협회장 선거 방식은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습니다. 농협회장이 단임제로 바뀐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그러다가 간선제 투표로 바뀐 이후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가 이어졌고, 정부는 결국 법 개정을 통해 2007년 이후 다시 직선제로 변경했습니다. 17년 만에 직선제로 개선됐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조합원 전체가 투표권을 가지는 진정한 직선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조합장들이 투표하다보니 회장 후보들의 공약 대부분이 조합장 권한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임 조합장의 3연임 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데요. 강 신임 회장은 보수 현실화를 외치며 직원 최고연봉의 120%로 연봉 하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월 100만원 지급, 중앙회에서 업무용 자동차 지원, 조합장 직무정지제도 최소화 등 가뜩이나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는 비판을 받는 조합장의 힘을 더 키웠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농협법 개정' 취지 퇴색 우려
 
문제는 이미 조합장들의 장기집권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 농협법 48조에 따르면 조합장 임기는 4년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상임인 경우 조합장은 두차례 연임할 수 있어서 최장 12년 동안 재임할 수 있고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제한 규정마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개정안이 농협회장 연임 허용 조항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농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담은 내용이 다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단임제인 농협회장의 1회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 외에도 도농상생지원자금 조성·운영, 회원조합지원자금 운영 투명화, 농협 계열사 명칭사용료 상향,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 제한 등의 개혁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임 횟수 제한이 없는 비상임 조합장은 최대 11선이 존재했고, 이어 10선(1인), 7선(6인), 6선(9인), 5선(28인), 4선(60인)으로 전체 조합(549개) 중 4선 이상 비율이 19.1%에 달합니다.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농협 운영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문들이 많았는데, 회장 연임에만 관심이 집중돼 결국 법안 통과가 무산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현직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농협법 개정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강 당선인이 회장 임기를 본격화하고, 농협법 개정 필요성과 공약에 부합하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 신임 회장이 공약한 '1중앙회 1지주' 체제 전환도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중앙회 1지주 체제는 경제지주를 중앙회가 흡수하고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만 두겠다는 것인데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 경제지주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 간에 이견이 나올 수도 있는데다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농협회장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농협 한 관계자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라는 신경분리 체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 설득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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