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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홍콩 ELS 자화자찬 낯뜨겁다"
우리은행, '인컴펀드·DLF' 손실사태 반복
입력 : 2024-01-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이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돌입한 만큼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날지 은행들이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은행권 중 홍콩 ELS를 가장 적게 판매한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및 판매전략의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파생상품 트라우마"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홍콩 ELS 주요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 판매사 현장검사를 바탕으로 적발된 불완전판매를 기준으로 분쟁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나머지 판매사들은 그 기준을 준용하면 될 것"이라며 "홍콩 ELS 만기가 매달 새롭게 도래하고 있어 원금 손실 규모를 특정할 수 없는 만큼 판매 규모를 떠나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콩 ELS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데요. 문제는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사실상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KB국민은행의 상반기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고,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으로 이어집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홍콩 ELS 손실 규모가 어디까지 커질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관련 판매전략 및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자산관리 특화점포 간담회에서 사전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홍콩 H지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임 회장은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치하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조직했고, 이 조직에서 지수의 큰 변동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홍콩 H지수 관련 상품 판매 비중을 5%로 선제적으로 제한했다는 게 우리은행 설명입니다.
 
금감원의 판매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은 홍콩 H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2021년 ELS 판매한도를 높여 적극적으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이 점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관리력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금융권의 평가는 다릅니다. 우리은행의 ELS 판매 실적이 부진한 것은 '파생상품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여년간 파생상품을 투자자에 판매했다가 여러차례 곤욕을 치룬바 있는데요. 일련의 투자 실패로 경영진까지 줄줄이 물러나면서 파생상품 판매 자체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파생상품 판매 부진이 득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금감원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타 은행들에 비해 ELS 상품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자평은 낯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10일 우리은행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로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내부통제 실패에 CEO 줄줄이 낙마
 
우리은행은 불과 지난해 1000억원에 육박하는 ELS 평가손실을 내기도 했습니다. 우리은행 트레이딩부가 ELS상품 관련 파생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지난 6월 인지하고 이를 수정하면서 962억원의 회계상 손실을 반영했습니다.
 
은행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옵션 상품을 팔면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헤지포지션을 설정하는데요. 해당 헤지포지션에 대한 평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평가손실로 반영된 것입니다.
 
해당 ELS 평가손실은 은행 운영상의 문제로, 불완전 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로 확산될 소지는 없습니다. 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자금시장그룹을 맡고 있던 강신국 부행장은 중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우리은행장 후보로 뛰어던 강 전 부행장은 우리금융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간담회를 주재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우리은행이 연루된 라임펀드와 DLF 사태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들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않은 불완전판매로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이후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이후에는 회장 연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지난 2010년 불거진 우리은행 파워인컴펀드 사태 역시 불완전판매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우리은행은 파워인컴펀드가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포인트'의 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파생상품으로 안내했는데요.
 
그런데 당시 우리은행은 확정수익금의 재원이 주식디폴트스왑(EDS)이라는 생소한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점은 고객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워인컴펀드는 불완전판매의 중심에 섰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사인 은행에 손실액의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에서도 우리은행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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