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증권사들의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계가 지난해부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늘리고 있으나 정부가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확보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잡는 만큼 4분기 수익 악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분기마다 대손충당금 규모를 계속 늘렸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은 1304억원으로, 1분기 896억원, 2분기 1047억원에서 늘었고,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3283억원, 2분기 3393억원, 3분기 3609억원까지 쌓았습니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의 3분기 대손충당금은 각각 1074억원, 514억원이며, 하나증권도 3분기에 1559억원을 적립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회사가 대출 부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비용입니다. 충당금 규모 만큼 손실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지만 부실 규모가 커지면 추가로 더 준비해야 하고 그만큼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4분기 1000억원대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200억원 규모의 충당금 설정이 예상됩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 국내 부동산PF 우려 외에도 해외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해당 자산의 가치 하락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4분기 이후 올해도 충당금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부동산PF 리스크에 대비해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설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리스크 관리 실패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증권사에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업계의 부동산 금융 부담에 대해 "현재는 PF 만기를 연장해 부실화를 미뤄둔 상태지만 선별적인 만기연장 기조로 바뀔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은 손실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본PF 등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금융에 대한 중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담 수준은 43.2%에 달해 대형사(29.2%), 소형사(34%)보다 높습니다. 한신평은 충당금 설정, 자본적정성을 감안한 대응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브릿지론 만기 도래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해졌습니다. 기업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신규 투자 유치나 투자은행(IB)부문 사업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부동산PF 손실과 해외 대체투자 손실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자산들의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관련 대출채권에 대한 충당금 설정이 있을 것이고, 해외부동산 자산 평가손실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최근 여러 상황으로 보수적이고 선제적 자산가치 평가가 예상돼 일회성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