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깜깜이 배당 제도를 개선하자 실적주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배당금을 먼저 확인하고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일을 정하게 제도를 개선했는데요.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배당금만 보고 무작정 매수에 나서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000270)는 지난 25일 지난해 역대급 실적과 함께 실적을 반영한 배당금 책정으로 전일 종가 대비 5.80% 상승한 9만3000원에 마감했습니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9조8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60.5%, 62.3% 증가한 11조6079억원, 8조777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금배당도 호실적을 반영해 크게 늘어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았습니다. 기아가 책정한 1주당 배당금은 5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2100원(60%) 증가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배당금 증액을 확인한 후 환호한 이유는 바로 배당기준일 때문입니다. 기아의 배당기준일은 오는 3월20일입니다. 즉 배당금을 발표한 뒤에 기아 주식을 매수하더라도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배당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깜깜이 배당'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연말 결산으로 배당기준일도 12월 말이었습니다. 배당기준일 전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고 배당 받을 자격도 얻게 됩니다. 배당기준일인 12월 말까지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선 2영업일 전까지 주식을 사야 해, 지난해의 경우 증시 폐장일인 12월28일 이틀 전인 26일까지 매수해야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이 책정하는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른채 배당을 받기 위해서 주식을 사야 하는 겁니다. 깜깜이 배당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도 있지만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 등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배당 투자를 깜깜이 투자로 평가 절하하면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오래 전부터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 받을 주주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금융위도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 받을 주주가 결정되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입니다.
코스피 기업 839개사 중 70개사의 배당기준일이 3~4월에 예정돼 있습니다. 3~4월로 늦춘 기업들의 예상 결산 배당금 비중은 전체 결산 배당금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일각에선 제도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꽤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제도 개선에 반색했습니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냈으나 주가는 1.60% 하락한 바 있습니다. 이번엔 실적과 배당이 함께 나오며 6% 급등했습니다.
제도 자체는 온전히 정착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있으나 전문가들은 배당금만 보고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이 좋지 않고 실적이 하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가가 하락하면 예상배당금을 합쳐서 계산했을 때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아의 경우 현재 배당 매력은 충분하지만 향후 업황에는 먹구름이 존재합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고 정상화에 따른 인센티브 상승 시작과 총 수요 환경 정체, 낮은 전기차(BEV) 경쟁력, 내연기관차 시장 내 경쟁 심화 등 실적 악화 요인이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당도 좋지만 업황에 따른 주가 하락을 염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