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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기업 명가라더니…라이징리더스 '중복투자'
국책은행 지원 프로그램과 30% 겹쳐
입력 : 2024-01-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중견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선정된 우수 기업을 보면 10곳 중 3곳이 국책은행 프로그램과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천명한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결국엔 국책은행을 따라하는 격이라는 지적입니다. 
 
10곳 중 3곳 '국책은행과 중복'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중견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라이징 리더스 300'에 선정된 중소기업 72개사 중 19개사(26%)가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선정 기업과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 '라이징 리더스 300'은 우리은행이 산업통상자원부과 함께 우수한 중견기업 발굴 및 금융지원을 위해 구축한 민관합동 사업모델입니다. 총 5년간 300개 기업을 선정하는데요. 선정 기업에 총 4조원 규모 여신한도(기업별 300억원 이내)와 특별 우대금리 등 금융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선정 기준은 글로벌리더형(수출증대)과 케이테크(K-Tech) 선도형(기술혁신), 미래가치 주도형(ESG경영), DX 도약형(디지털전환) 등 총 4개 부문에서 우수기업을 발굴하는 것인데요. 지난해 상반기 1기 38개사, 하반기 2기 34개사 등 총 72개사를 선정했습니다.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 2009년 10월부터 우리은행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히든 챔피언')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대출금리 우대, 대출한도 확대 등 금융지원을 제공합니다.
 
지난해 9월7일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사진 가운데)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기업대출 확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중소기업벤처부 '글로벌 강소기업', 산업은행 '글로벌 챌린저스 200' 기업은행 'IBK강소기업',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등 각 기관들이 중소기업 지원 관련 사업을 우후죽순처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특정 기업 등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의 경우 신한은행 '신한 SOHO 사관학교', 국민은행 '찾아가는 KB소호 멘토링 스쿨' 등 소상공인에 무게중심을 두고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이자감면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및 유관기관과 함께 '라이징 리더스 300'에 단독 참여할 정도로 기업 접점 확대에 적극적인데요.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중복 선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완전히 겹치는 것이 없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그간 정책금융 재정립방안 등을 통해 국책은행간 중복 선정 문제를 재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중복 현상이 반복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 4곳이 우수 중견기업을 추천하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기업 추천과 선정 등은 정부 몫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적 부진에 기업대출 조바심
 
우리은행의 '라이징 리더스 300'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 사업의 한 축입니다. 지난해 9월 우리은행은 강신국 전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 주재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2025년 기업대출 점유율 2위 탈환, 2027년 1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5 대 5 수준인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의 비율을 2027년까지 6대4로 재편하고 2026년 말까지 기업대출 잔액을 237조원, 가계대출 잔액을 157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기업 여신 연평균 증가율 30%, 중소기업 부문 10% 성장을 목표로 수립했습니다. 기업대출 잔액 기준 2024년말엔 159조9000억원, 2025년말엔 181조7000억원, 2026년말엔 207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27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탈환' 목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실적 부진 때문입니다. '명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 및 중소기업) 잔액은 꼴찌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계속해서 실적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성적 부진합니다.
 
작년 결산 전망을 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다른 지주사들이 최소 보합세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금융의 경우는 128% 감소하면서 역성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어 수익성 개선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은행 의존도는 95%에 달합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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