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계열 자산운용사에도 불똥이 떨어졌습니다.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합병하며 40명 넘는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는데요. 글로벌자산운용이 가진 대체투자 역량을 우리자산운용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고 하지만 명확한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계열 운용사 합병으로 임직원 21% 줄어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우리자산운용은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작업을 마무리해 통합법인인 우리자산운용을 출범했습니다. 임 회장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임직원들이 탈락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자산운용의 총 임직원 수는 120명입니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8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통합법인 출범 후 우리자산운용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직원 수는 160명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2명에서 160명으로 42명(20.8%)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들 중 다른 금융계열사로 이동한 사례는 없고 전원이 희망퇴직 또는 계약만료 등으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부터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됐던 만큼 우리운용과 글로벌운용의 중첩 업무에 대한 인원 감축은 예상된 일입니다. 운용업계에선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임 회장이 내세운 경영 효율화라는 우리금융그룹의 방향성을 따라가며 임금 부담을 줄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두 회사를 합쳐 생길 수 있는 규모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초에 우리운용과 글로벌운용 양사에서 똑같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며 "펀드운용역의 경우엔 거의 그대로 데려왔고 향후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글로벌운용, 우리금융 산하 성적표 '그닥'
황우곤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대표는 우리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남기천 대표가 통합법인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맡습니다. 대우증권과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 우리운용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분리돼 있던 두 운용사를 통합해 맡은 만큼 남 대표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금융은 과거 계열 운용사를 한 차례 떠나 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우리금융 민영화로 인해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키움자산운용과 합병, 통합 키움자산운용이 된 것이죠. 이후 2019년 8월 동양자산운용을 인수한 우리금융은 다시 우리자산운용을 만들었습니다.
2019년 12월엔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계열사 편입을 완료했습니다. 전통자산 투자는 우리운용, 대체투자에는 글로벌운용으로 투트랙 전략을 가져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우리운용은 2019년 당기순이익 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0년, 2021년, 2022년에는 각각 67억원, 83억원, 10억원을 벌었습니다. 반면 글로벌운용은 2019년 당기순손실 33억원을 시작으로 -14억원, -5억원 등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2022년에서야 4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2억여원의 순익을 낸 성적은 시원찮습니다.
시너지 효과 천명…명확한 전략은 아직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투자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운용은 이번 합병으로 전통자산에서 대체투자까지 모든 자산군에 해당하는 상품 라인업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운용업계에선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기존 글로벌운용의 몸집이 너무 작다고 지적합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우리자산운용은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서 글로벌운용 계열사를 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합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시너지를 내기엔 유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시너지라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운용 직원들이 아직 사무실 이전을 마치지 않은 상황으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0부터 우리금융이 두 운용사의 합병을 계획했던 만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대체투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전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합병이 완료된 만큼 상품 기획과 출시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시너지 측면에선 대체투자 쪽이랑 상장지수펀드(ETF)를 합쳐서 관련 ETF 상품을 내는 것도 아이디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정해진 것이 없고 부동산 부문도 개발은 하겠지만 뭘 내놓겠다고 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우리자산운용은 이번 합병으로 순자산 43조원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됐습니다. 국내 운용사 중 순자산 규모 10위입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