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좀처럼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TF 시장 순자산 1위 운용사 자리를 두고 올해도 격돌할 예정인데요. 미래에셋운용이 야심차게 선보인 신상품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13조 격차 줄였지만…4~5조 차이에서 지지부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45조7652억원입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2위입니다.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50조6577억원, 비중으론 41%를 기록했습니다. 양사간 순자산 격차는 4조8925억원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ETF를 강조한 이후 미래에셋운용은 삼성운용과의 거리를 크게 좁혔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인 '미래에셋 스마트머니'에서 '박현주 회장, 금융투자의혁신 ETF를 말하다'란 영상에 출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 회장이 등판하기 전인 2020년 말 미래에셋운용의 ETF 순자산은 13조1686억원으로 삼성운용(27조0506억원)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박 회장이 ETF를 강조하자 2021년 말 전년 대비 100%가량 성장한 26조2368억원까지 키우며 삼성운용과 차이를 5조1779억원으로 좁혔습니다. 2022년에도 성장을 이어가 그 차이를 3조3831억원까지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1위 자리 탈환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4조원 거리를 3조원까지 줄였지만 일정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8월 말엔 2조4759억원까지 좁혀졌으나 대체로 4~5조원대 차이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운용 ETF가 덩치를 키운 만큼 삼성운용도 커진 셈입니다.
미래에셋 ETF 성장한 만큼 삼성도 커져
미래에셋운용은 순자산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어나는 데 1년 5개월이 걸렸지만 다시 10조원을 불려 4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 딱 10개월 만이었습니다. 순자산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겁니다. 지난해 ETF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ETF 시장은 지난해에만 8조7575억원 증가해 100조원을 넘어 120조원까지 커졌습니다. 역대 최대 성장입니다.
역대급 성장의 효과는 미래에셋만 보지 않았습니다. 삼성운용은 지난달 말 순자산 50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5월 40조원을 돌파한 후 8개월 만에 50조원에 도달한 겁니다. 성장 속도만 보면 미래에셋운용보다 빠릅니다. 삼성운용 측은 20개 상품의 순자산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40조 돌파 후 출시한 ETF 신상품 18개 중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회사채와 더불어 국고채10년, 2차전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7개 신상품이 순자산 1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만 ETF 순자산 15조7832억원이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은 같은 기간 15조887억원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는 삼성운용의 성장세가 미래에셋운용보다 가팔랐던 겁니다.
조직개편·ETF 간담회, TIGER 1등에 '총력'
추격에 제동이 걸린 미래에셋이 꺼내든 카드는 조직개편입니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운용은 최창훈, 이준용 부회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2021년부터 대표에 오른 최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고 이 대표는 신규 선임입니다. 대표 선임 전인 지난해 10월 이준용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연임한 최 대표는 대체투자, 이 신임 대표은 운용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운용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 ETF' 성장에 공을 세운 이 대표는 올해 TIGER ETF가 삼성운용 KODEX ETF를 넘어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에셋운용이 이례적으로 TIGER ETF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시장 1위를 노리는 행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일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이달 6일 출시하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를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금리형 ETF를 신상품으로 낙점한 겁니다.
이 상품은 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로, 현재 상장된 금리형 ETF 중 가장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일 기준 CD 1년물 금리는 3.65%로 과거 3년간 CD 91일물 금리 대비 평균 0.28%포인트 높습니다. 만기가 더 긴 금리를 추종하기 때문입니다.
김남호 미래에셋운용 FICC ETF운용본부장은 "1년 CD 1년물 금리의 하루치 이자가 매일 복리로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루만 투자해도 1년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ETF를 출시해도 간담회를 열지 않았던 미래에셋운용이라 이번 간담회는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운용업계에선 이번 CD 1년물 추종 ETF가 삼성운용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운용을 넘어서려면 결국 대규모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지금 가장 하기 좋은 게 CD 금리 상품"이라며 "91일을 넘어 1년물 상품을 모멘텀 삼아 삼성을 잡으려는 것으로 이 상품에 순위싸움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