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해 규제도입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고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현재의 규제 방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전 지정의 정당성 측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 기준 이슈, 일관성 없는 플랫폼 규제정책의 추진, 플랫폼 생태계의 혁신동력 저해 가능성 등 측면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위)
보고서는 먼저 사전 지정의 정당성 측면에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보고서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하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 행위도 규율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이러한 규제를 도입할 시급성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은 위법행위 유무를 판단하기 전에 남용 행위 잠재기업을 사전에 정하는 소위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사전 지정 방식은 현재 공정거래법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연상시키는 ‘기시감’을 갖게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변화가 매우 빠른 플랫폼 시장에서 자칫 사업자가 스스로의 성장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하고 플랫폼에 대한 내·외부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현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자율 존중 원칙’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고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업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 기준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현재 알려진 대로 GDP 기준 대비 연매출액, 이용자 수 등 플랫폼법이 정량 요건을 제시해 사전 지정을 하는 경우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를 나타낸 수치여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나 영향력을 단순하게 반영한 기준이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의 기준이 되는 요건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와 현재 국내 플랫폼 시장 상황에 대한 합리적 고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설명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도 정량적 기준을 설정하고 정성적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 관련 시장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선택에 경쟁당국이 자의적 개입을 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의 해외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공정위의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되는 사업자가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경쟁 제한성 효과 및 소비자후생 증진의 평가 없이 그 자체로 위반행위로 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의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더욱 크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향후 여러 국내·외 플랫폼 시장의 변화와 집행 사례들을 참고해 규제의 효과를 제고하고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